04/05/2026
장성광업소 배수 중단(갱도 수몰) 계획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및 학술단체 성명서
장성광업소 배수 중단(갱도 수몰) 계획을 중단하고,
대한민국 산업화의 현장을 미래세대를 위한 공공유산으로 보존하라
강원도 태백에 위치한 장성광업소는 단순한 폐광시설이 아니다. 이곳은 대한민국 산업화의 핵심적인 에너지 생산기지였으며, 수십 년간 국가 경제를 지탱해 온 노동과 기술, 그리고 지역 공동체의 역사가 집적된 살아 있는 산업유산이다.
1937년 개광 이래 약 한 세기에 걸쳐 운영된 장성광업소는 1950~70년대 국가 재건과 경제성장의 기반 에너지를 공급한 핵심 산업시설이었으며, 수천 명의 광부와 그 가족들이 형성한 탄광도시의 중심이었다. 이곳의 지하 갱도와 수갱 시스템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채굴-운반-선탄으로 이어지는 복합 산업 프로세스를 구성하는 핵심 공간이며, 한국 산업화의 구조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물리적 증거이다.
특히 장성광업소 제1수갱은 심도 1,000m 이상의 초심도 채굴을 가능하게 한 기술 집약적 시설로, 서독 차관과 영국 PMC 기술이 결합된 근현대 산업기술사의 중요한 사례이다. 지하에 권양 시스템이 설치된 구조는 국내에서 확인된 유일한 사례로 평가되며, 국제적으로도 드문 기술유산적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배수 중단 및 갱도 수몰 계획은 이러한 산업유산의 핵심 요소를 돌이킬 수 없이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한 번 수몰된 갱도는 부식과 수압으로 인해 원형을 회복하기 어렵고, 이는 단순한 시설의 폐쇄를 넘어 대한민국 산업사의 중요한 물적 증거를 상실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지하 갱도는 지상 시설과 분리된 개별 요소가 아니라, 전체 탄광 산업경관을 구성하는 핵심 축이다. 갱도의 상실은 산업유산의 '완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향후 유산 가치 평가와 활용 가능성을 중대하게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또한 배수 중단은 유산 보존의 문제를 넘어 환경과 안전의 문제이기도 하다. 급격한 수위 변화는 지반 침하, 지하수 오염 등 장기적인 환경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지역사회에 추가적인 사회적 비용과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해외 사례에서 보듯 폐광 이후의 배수 관리와 지반 안정화는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관리되어야 할 공공적 책무이다.
그러나 최근 대한석탄공사와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지역주민과의 충분한 협의 없이 장성광업소 일부 갱도의 전력 공급을 일방적으로 차단하고 펌프 가동을 중단했다. 이는 배수 중단을 통한 갱도 수몰을 강행하는 초기 단계로 확인되며, 절차적 정당성과 안전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특히 지하수위 상승을 통한 수몰 방식은 다양한 환경적·공학적 위험을 명백히 수반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충분한 정보 공개와 검증 과정이 전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더 나아가 주민 협의 없이 이루어진 일방적 조치는 지역사회와의 신뢰를 결정적으로 훼손하고 향후 갈등을 돌이킬 수 없이 심화시킬 것이다. 현재 일부 주민들이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문제는 이미 심각한 공론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성광업소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조사와 가치 평가조차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되돌릴 수 없는 수몰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이는 '선 조사 후 판단'이라는 문화유산 보존의 기본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전이 아니라 신중한 판단이며, 폐쇄가 아니라 전환이다. 산업유산은 과거의 잔재가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을 재구성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장성광업소 역시 적절한 보존과 활용을 통해 미래 세대를 위한 공공유산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본 성명은 배수 중단에 따른 수몰이 갖는 비가역적 특성을 고려하여, 충분한 조사와 가치 평가, 그리고 환경적·공학적 검토가 선행되어야 함을 요구한다.
특히 갱도 침수는 한 번 시행될 경우 되돌릴 수 없는 조치이며, 이후에는 유산적 가치뿐 아니라 구조와 시스템에 대한 실증적 검토 가능성 또한 크게 제한된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와 같이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 없이 진행되는 배수 중단 조치는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에 우리는 산업통상자원부, 대한석탄공사, 한국광해광업공단을 비롯한 관계 기관과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장성광업소 주요 갱도의 배수 중단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정밀 가치 평가가 완료되는 시점까지 배수 시스템을 유지하라.
1. 장성광업소 전반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기록화 및 통합적 산업유산 가치 평가를 지체 없이 실시하라.
1. 지역주민, 전문가, 시민단체, 지방정부, 중앙정부 모두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즉시 구성하여 보존 및 활용 방안을 공론화하라.
1.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을 포함한 장기적 활용 전략을 수립하고, 산업유산의 공공적 관리 체계를 즉시 마련하라.
1. 지하수위 상승에 따른 지반 안정성, 수질 오염, 가스 유출 등 모든 잠재적 위험에 대한 철저한 과학적 검증과 완벽한 안전 대책을 수립하고, 모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
장성광업소는 더 이상 소모되어야 할 과거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지나온 산업화의 기억이자, 다음 세대에게 전달해야 할 공공자산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급한 배수 중단이 아니라, 체계적인 조사와 신중한 판단이다.
2026. 5. 4.
장성광업소 배수 중단(갱도 수몰) 계획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및 학술단체 일동
(사)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사)국가유산수리기술자협회, (사)국가유산활용학회, (사)근대도시건축연구와실천을위한모임, (사)도코모모코리아, (사)인천도시산업선교회, (사)탄광지역활성화센터, (사)한국국가유산지킴이연합회, 강릉탄광문화연구소, 강원사학회, 강원헤리티지연구원, 강원자치도정의당속초·고성·양양위원회, 도계석탄산업유산보존회, 도시사학회, 산돌생명평화센터, 성균건축도시설계원, 아시아평화인권연대, 아카데미의 친구들, 아키텍토닉스, 역사문제연구소, 영등포탐사단, 인천대학교 지역인문정보융합연구소,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태백시 장성권역 현안추진위원회, 테크캡슐,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 한국내셔널트러스트, 한국독일사학회, 한국석탄산업유산유네스코등재추진위원회, 한국탄광문화유산연구소, TICCIH KOREA(국제산업유산보존위원회 한국지회) (이상 가나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