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2016
[The War That Saved My Life]
우리 모두가 서로의 구원!
필자는 유행을 따라갈 정도로 부지런한 사람이 못 된다. 뒷북을 잘 친다고도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몇 년 전 모두가 열광했던 애니메이션 Inside Out이 상영될 때에는 거들떠도 안 보다가 최근에서야 비하인드 영상까지 찾아서 보았다. 남들 다 그랬듯이 필자도 상상의 친구 Bing Bong이 잊혀지는 장면에서 눈물을 찔끔했다. 그런데 필자를 정말 많이 울린 것은 여주인공이 집으로 돌아와 부모님께 진심을 털어놓은 부분이었다. 아동학대에 대한 기사가 하루가 멀다 하고 보이던 시기였고, 애니메이션의 여주인공이 받았던 애정이나 이해를 정작 현실의 아이들이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것이 새삼 속이 쓰렸다.
좋은 부모, 친구, 그리고 스승을 가진 사람은 다른 복이 필요 없다는 말처럼 ‘관계’가 인간의 행복에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그러니 세상에 태어나 가장 먼저 관계를 맺는 부모에게 사랑 받지 못하는 것은 얼마나 큰 불운인가. ‘The War That Saved My Life’의 'Ada(에이다)'는 이러한 불운의 주인공이다. 안 그래도 가학적인 어머니는 에이다의 장애를 구실로 동물보다도 못하게 취급한다. 에이다는 동생과 도망쳐 피난민 아이들 사이에 끼어들지만 허름한 차림에 어딘가 수상쩍은 에이다 남매를 받아주는 집은 없다. 초조한 기다림 끝에 스미스 부인과 마주하는 순간부터 에이다의 인생은 조금씩 변화한다. 사랑, 가족, 따뜻함, 집, 에이다에게 마냥 낯설던 개념들이 마침내 온전한 의미를 찾기 시작한다.
이쯤에서 ‘남의 아이 두 명을 거둔 것을 넘어서 그들을 변화케 한 스미스 부인은 천사인가보다.’고 생각하신다면 오산이다. 만일 그랬더라면 필자는 이 책을 추천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미스 부인 또한 처음부터 에이다 남매를 환대하지 않는다. 피난민을 받아야 하는 정책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현하기도 하고, 에이다가 반항하거나 버릇없이 굴 때 마냥 참지도 않는, 지극히 인간적인 캐릭터다.
이 책이 특별한 것은 선량함보다는 이러한 인간적 면모, ‘보통의 인간’인 에이다가 ‘보통의 인간’인 스미스 부인과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를 감화하는 점이다. 그래서 이 만남은 에이다뿐 아니라 스미스 부인의 구원이기도 하다. (혹시, 오해 하실까 덧붙이는데 선량함 자체를 비하할 의도는 없다. 단지, 개인적인 취향으로 플롯 장치로서의 선량함은 조금 싱거운 데가 있는 듯 하다.)
특정 대상(빈곤층, 아동, 여성, 노인 등)을 보호하고 도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매일같이 듣는다. 그런데 사방에서 들려오는 구조요청에 선뜻 반응하기엔 당장 내 코가 석자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시대에 누구에게는 돕는 자의 역할을, 또 누구에게는 도움 받는 자의 역할을 부여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우리 모두가 난파 당한 배처럼 살아간다. 그러나 이 표류하는 인생에서 우리 모두가 서로의 구원이기도 하다. ‘The War That Saved My Life’는 전쟁과 아동학대를 빌려 우리에게 이러한 구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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