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3/2021
안녕하십니까? 미추홀외국어고등학교 학생회장입니다.
최근 미추홀외고 대나무숲을 중심으로 많은 얘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학생회에서, 특히 저도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는 사안입니다. 다음 주에 등교가 이루어지면 본격적으로 해당 사안에 관련된 논의를 진행해볼 구체적인 구상 역시 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이에 대해 왜 학생회가 발 빠르게 이 사안에 관해 대처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일각에서 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불충분한 답변이겠으나 최대한으로 대답을 드려보자면, 해당 사건과 대나무숲이라는 SNS 페이지의 특성상 학생회가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활동을 하기가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피해 및 가해 학생을 둘러싼 정확한 정보 파악이, 익명으로 제보가 이루어지는 대나무숲 페이지 하나만을 바탕으로 하기에는 너무나 미약했을뿐더러, 학생회 전원이 참석한 회의를 여는 것 역시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랬기에, 저와 몇몇 학생회 인원들만을 대상으로 아주 기초적인 논의만 이루어졌을 뿐입니다. 즉각적인 대처를 할 수 없었던 점은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그럼에도, 현재 미추홀외고 대나무숲에서 벌어졌던 여러 가지 사안들에 관해 분명히 하고 싶은 점이 몇 가지 있어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아래의 글은 학생회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 저 개인의 입장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첫째.
2017번째 스피치는 학생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최근 학생회 회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며, 해당 회의에서 대나무숲과 관련된 언급이 있었던 것 역시 사실입니다. 그러나 학생회장인 저의 입장으로선, 해당 글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ㄱ. 미대숲에서 공론화되는 문제들은 학교에서 선생님들께 알려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다.
저는 개인적으로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를 하지 않는 사람이기에, 만일 정말 이러한 불문율이 있다면, 대나무숲을 정식으로 폐지하는 것 역시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익명에 기대어 공론화를 해야 할 정도의 일이라면 해당 사안을 심각성이 있는 얘기라고 이해하여도 괜찮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러한 일들을 대나무숲에서의 영역으로만 국한하고 학교에서 정식으로 다루어지지 않게 하는 이른바 '암묵적 룰'이 있다면, 이는 아무리 중차대한 일이라도 일단 대나무숲에 올라오면 쉬쉬하고 덮겠다는 투의 설명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저를 비롯한 학생회는 이러한 형태의 운영 방식을 절대로 좌시하고 있지 않으며, 좌시할 의향도 없습니다.
ㄴ. 학생회는 미추홀외고 대나무숲을 비공식의 영역으로 남겨놓을 예정이다.
역시, 종결되지 않은 사안을 확정적인 어투를 사용하여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는 설명입니다. 대나무숲과 관련된 논의는 현재도 진행 중에 있으며, 결론은 도출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만약, 앞으로도 계속 근래와 같은 일이 대나무숲에서 펼쳐진다면, 본교의 학생들에게 대나무숲이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큰 것으로 판단, 정식으로 SNS 사이트를 폐쇄하는 조치가 가해질 수도 있습니다.
ㄷ. 대나무숲을 '삭제'해야 선생님들과의 회의를 열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
ㄱ에서 다룬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입니다. 학교에서의 회의를 대나무숲이 좌지우지해서도 안되고, 저 역시 그렇게 둘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둘째.
해당 글에 미추홀외고 대나무숲의 소위 '숲지기' 분 중 한 명이 댓글을 남기셨더군요. 이에 대해서도 제 개인적인 입장을 몇 자 적어보고자 합니다.
ㄱ. 학교 내에서의 문제가 발생하면 언제든지 미추홀외고 대나무숲에 도움을 요청해 달라.
물론, 대나무숲의 익명성이 민감한 사안을 공론화할 수 있는 좋은 특징이라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대나무숲에 확인되지 않은 사안이 공유되고, 정작 피해 학생들에게는 동의를 받았는지 확실치도 않은 주제들이 공공연히 게시되는 것을 보고서는 개인적으로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대나무숲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사연을 보내며 본인의 감정을 드러내는 공간으로 남아야 하지, 제삼자의 일을 신고하여 해당 사안을 확산시키는 고발처가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목적을 넘어서 대나무숲이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면,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입니다.
ㄴ. 대나무숲의 비공개 전환은 학생회 회의를 통해 종결된 사안이다.
분명히 밝힙니다. 해당 결론은 이번 11대 학생회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이전 학생회의 결론입니다. '우리들만의 공간으로 만들자는' 취지하에 대나무숲을 현재처럼 유지하자는 것은 현재 학생회의 공통된 의견이 절대 아닙니다. 현재 학생회는 해당 사안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대나무숲 역시 필요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면 머뭇거리지 않을 것입니다.
ㄷ. 학교 관련 공론화가 미대숲의 문제는 단언컨대 아니다.
이 말에는 개인적으로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당 사안의 전적인 책임이 대나무숲에 있다고 허물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대나무숲이라는 SNS 페이지의 특성상, 익명으로 제보가 들어오기에 제보글을 게시하는데 세심함이 부족하였고, 이미 퍼질 대로 퍼진 사안을 단지 게시글을 삭제하는 조치만을 취하면서 마무리하려고 하는 점은 다소 실망스러운 태도였습니다. 특히, 해당 사건과 관련된 피해 학생들이 삭제 요청을 하였다는 말을 듣고도 아무런 사과가 없는 것은 더욱 아쉬운 대처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하여 학생회가 더욱 이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여 다수의 피해 학생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안겨주었다는 점, 제가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이외에도 학생회는 해당 사안과 관련하여 온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건의 과정과 경과가 명확지 않다는 점과 현재 학교에 등교하고 있지 않아, 정확한 사건 파악이 어렵다는 점은 분명 학생회가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데 많은 제약을 두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생회가 해당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필요한 조치는 꼭 취해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해당 사건의 책임 중 일부는 분명히 저에게 있을 것입니다. 학교를 이끌어야 하는 직책인 학생회장이, 제대로 사건 파악을 하지 않았고, 피해 학생들의 이야기에 제때 귀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사건이 이렇게까지 논란이 된 것이라고 저는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더욱더, 해당 사건이 모든 분들이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결론을 도출하게끔 만들기 위해 제 최선을 다할 것이며, 어떠한 학생의 상처도 무시하지 않고, 학생회는 끝까지 여러분들과 함께 할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긴 졸문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다시 한번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 학생회장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