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2/2025
독일 바이에른주정부 인증 마이스터의 고기소믈리에(Fleischsommelier) 도전기
Prologue 1. 마이스터를 넘어 소믈리에로: 왜 지금 ‘고기 소믈리에’인가?
마이스터를 따고 나면, 모든 것이 끝난 줄 알았다. 최소한 “증명”이라는 측면에서는 그렇다고 생각했다. 독일 바이에른주정부 인증 메쯔거 마이스터라는 말은 그 자체로 긴 문장이다. 그리고 그 문장 속에는 시간이 들어 있다. 주말까지 매일 이어지는 하루 8시간 수업, 수업 마친 뒤 숙소에서 역시 매일 이어지는 4시간의 팀 스터디, 총 510시간의 교육, 4번의 실기시험과 10번의 이론시험을 모두 통과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문장이다.
사실은 마이스터 ‘학교’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관문이다. 단순히 “공부하면 된다”는 문제가 아니다. 최소 5년 이상의 현지 경력이라는 시간표가 필요하고, 나를 가르친 마이스터의 추천서라는 신뢰가 필요하다. 그 조건이 갖춰져야 비로소 “입학할 자격”이 주어진다. 그러니까 마이스터 자격은 시험을 통과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검증된 전문가의 추천과 현장에서 증명한 사람에게만 열리는 문이다.
그리고 그 문을 통과한 사람에게만 다시 열리는 문이 있다. 바로 Fleischsommelier, 고기 소믈리에 과정이다. 이 과정의 입학요건은 명확하다. 독일 주정부 인증 마이스터여야 한다. 한국에서 이 과정에 참여할 수 앴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 단 세 명뿐이라는 이야기다.
이 사실은 내게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준다. 하나는 책임감이고, 다른 하나는 부담감이다. 책임감은 “내가 해야 한다”는 방향을 만들고, 부담감은 “내가 또 해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만든다. 이 두 감정이 함께 있을 때, 사람은 대개 한 걸음 늦어진다. 하지만 나는 머뭇거리면 좋은 기회는 사라진다는 걸 경험으로 알 만한 나이가 되었다.
이번 도전은 사실 ‘내가 먼저 원해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독일 본교 그룹에서 한국을 방문했을 때, 원장님이 한국의 현장을 직접 보더니 내게 제안을 했다. 한국은 고기를 대부분 구워서만 먹는걸 직접 확인했다고 했다. 고기가 가진 가능성이 조리 방식의 다양성으로 확장되기보다는, 특정한 소비 형태로 고정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래서 한국에는 ‘고기 소믈리에’가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기분이 묘했다. 한국의 육가공과 고기 문화에 대해 나는 늘 “우리는 더 올라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고, 동시에 “이걸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에 대해 매번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기는 결국 설득의 영역으로 넘어온다. 단순히 맛있다고 말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왜 이 고기가 좋은지, 왜 이 부위가 이 조리법에 맞는지, 왜 이 숙성이 이 향미를 만드는지, 왜 이 생산 방식이 정당한지, 왜 이 가격이 합리적인지. 고객이 고기를 ‘선택’하게 만들려면 근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근거를 지식과 경험을 기반으로 풀어내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서 원장님의 말은 내게 하나의 정의로 꽂혔다. “한국에는 고기 소믈리에가 필요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커리큘럼을 듣는 순간부터 망설였다. 고기 소믈리에 과정은 마이스터보다 양과 질적으로 난이도가 낮다고 했다. 그 말이 내게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시험이 세 개였기 때문이다. 필기시험, 구술시험, 실기시험. 다시 “모든 시험 통과”를 요구하는 구조였다.
게다가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나는 거의 5년째 독일어를 ‘제대로’ 쓴 적이 없다. 일상적인 독일어가 아니라, 시험장에서 논리적으로 작성하고, 설명하고, 발표하고,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독일어를 말한다. 그 독일어를 나는 한동안 내려놓고 살았다.
한 번 개에게 세게 물린 사람은, 귀여운 강아지를 봐도 무섭다. 독일 유학을 해 본 사람은, ‘독일’이라는 단어만으로도 몸이 먼저 기억한다. 수업의 강도, 평가의 냉정함, 요구되는 기준, 그리고 그 기준을 맞추기 위해 버텨야 했던 시간들. 나는 그걸 이미 경험했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다시 가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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