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1/2019
뇌와의 대화(부제: 미친놈) -
불쑥 이런 말을 들으면 누구나 이상하게 생각할 말이란 걸 알지만 '이승헌' 선생님의 책 네다섯 권을 각각 여러 번씩 읽고 깊은 영향을 받아 최근 열흘 전부터는 나의 뇌와 적극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리고 사나흘 전부터는 '완벽한 행복'의 느낌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완전하다' '완벽하다'고밖에 달리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이다. 그것도 하루에 몇 번도 아니고 며칠 내 그 느낌이 계속 되고 있다. 그냥 명상과 기도를 했을 때의 만족도가 100이라면 이건 1000 정도는 족히 되는 것 같다. 오늘 윤주와 정도, 둘의 고3 마지막 수업을 행복하게 끝내놓고 음악을 듣고 그냥 사람 구경, 거리 구경을 하고 싶어서 지하철을 타고 부산대학교 거리를 걷다 돌아왔다. 어떻게 이렇게 완벽한 느낌이 있을 수 있을까. 그냥 상황, 처지, 감정....이런 것 전혀 상관없이 이럴 수도 있구나...하며 그 만족감을 누리며 음악 귀에 꼽고 걷는데......이내 알 것 같았다. 내가 그렇게 완벽한 행복을 느끼는 이유를.
그 답은 바로 '뇌와의 대화'에 있었던 것이다. 그냥 이승헌 선생이 하라는 대로 했고, 해보니 좋았고, 그랬을 뿐인데.....
행복이란 '뇌가 가장 건강하고 맑은 상태의 느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겪어보니 '뇌'가 상황이나 감정에 항상 민감하게 연결되는 것도 아니었다. 뇌와의 대화를 통해 뇌를 그 모든 상황과 편도체의 감정으로부터 독립시키는 일을 행하고 있었던 거였다. 물론 번연계 및 편도체도 엄연히 뇌 속에 들어있고 뇌의 일부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분명 대뇌피질과 번연계와 뇌간은 물리적으로 분리되었고 서로 맡고 있는 기능이 다른 것도 사실이다. 그 분리된 기능들이 서로를 다르게 인지하면서 대화하고 조절하고 타협할 수 있다면.....? 이상한 일이지만 그런 일이 지금 내 뇌 안에서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대화는 주로 내 의식과 '뇌'의 문답 등으로 이루어진다. 최근에 나의 뇌가 내게 좋은 일들을 많이 해줘서 나(의식과 몸)도 뇌한테 뭔가 좋은 일을 해줘야겠다 싶어서 일찍 일어나 아침 산을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뇌가 가장 좋아한다는 명상을 더 자주 해주었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담배를 피우는 것이 뇌에게 얼마나 해롭고 잔인한 짓을 하는 것이냐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면서도 담배 끊는 것은 전혀 자신이 서지 않았고 그래서 뇌에게 말했다.
"나 널 위해 담배를 끊어주고는 싶어. 그런데 자신이 없어. 네가 도와줄래? 네가 방법을 찾아줘...."
아침 산책을 하는 첫날에 그렇게 말했고 둘쨋날 또 그렇게 말했는데 그 둘쨋날 담배가 끊어졌다. 내가 끊은 게 아니라 뇌가 끊게 해줬다는 말이 정확하다. 끊을 수밖에 없는 30년 전의 기억을 생생하게 가져와서 어떤 생각과 느낌을 전해주었고 그 순간 나는 담배가 이미 끊어졌음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이에 대한 섬세하고도 자세한 뇌의 작업을 이야기하려면 정말 긴 글 하나가 다시 작성되어야 할 것 같다. 아무튼 그런 일이 있었고 그 느낌이 강해서인지 첫날과 둘쨋날은 금단현상 때문에 힘들 일이 없었다. 그러다 며칠이 지난 어제였다. 오전에 체육공원 길을 산책하고 빵 하나를 커피와 먹었는데 불쑥 담배를 피우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올라왔다. 그게 너무 강해서 하마터면 나도 모르게 어디라도 들어가서 담배를 사버릴 것만 같았다. 내 온 몸이 흡연을 원하는 욕망 덩어리가 돼 버린 것만 같은 그 순간, 내가 깜짝 놀라서 뇌에게 물었다.
"뇌야? 이거 뭐야? 이 느낌, 도대체 어디서 갑자기 이렇게 올라오는 거야?"
그러니 바로 뇌가 대답하는 거였다.
"바로 그게 편도체에서 올라오는 거야. 감정이고 욕망이란 거지. 원래 편도체는 나보다 훨씬 센 놈이야. 그래서 지금까지 넌 나보다 편도체 편만 들어주고 살았잖아. 요새 와서 나를 알아봐준 거지......편도체에서 올라오는 감정은 완전히 네 평생의 습관을 업은 거라서 이기기가 쉽지 않아. 너 이번엔 좀 힘들 거야. 그 놈이 나섰으니...."
내가 말했다.
"안 돼! 네가 좀 도와줘. 내가 이길 수 있게 해줘. 너를 위해서 시작한 일인데....너도 그걸 원하잖아. 그러니 좀 도와줘...."
"그래, 알았어. 사실 아까 네가 이 욕망이 어디서 오는 거야? 라고 물을 때부터 난 웃고 있었어. 그건 벌써 네가 이긴 거나 마찬가지 거든. 그걸 알아봤고 분리해서 느끼고 물었다는 거니까. 지피지기면 백전불패니까....나도 도와줄게. 네가 덜 힘들도록. 네가 이기도록...."
이 대화가 분명히 있었다. 그리고 약 10분쯤 지나자 아무렇지도 않아졌고 이 승리가 내게 너무도 커다란 자신감과 평화를 선물해줬다. 그리고 그 뒤부터 뇌와 더 많이 다정다감까지 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완벽한 행복은 그 다음부터 며칠 간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오랫동안 홈관리를 안 해서 요새 홈페이지에 오시는 분들도 얼마 없고 특히 이런 시시껄렁한 내 글까지 읽으시는 분이야 더 적겠지만 그래도 혹시 이 글을 읽는 분이 계시다면 어떻게 생각하실까.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시진 않을까....그러나 정말 사실이다. 생생하게 내 뇌와 대화한다는 것도 태어나서 처음 겪는 완전한 행복을 계속 느끼고 있다는 것도.....그리고 수업도 그 어느 때보다도 새롭게 열정적으로 힘이 나서 한다는 것도.....그냥 걷는 것, 먹는 것, 음악 듣는 것, 하늘 보는 것, 자는 것 하나하나가 생전 처음 해보는 오락처럼 신선하게 다가온다.....그리고 전해주고 싶다. 이 방법과 이 행복의 느낌을.....
날마다 겪고 있는 건데 뇌는 분명한 개성이 있다. 그건 내 뇌의 개성이 아니라 보편적인 뇌의 개성에 가깝다. 분리해서 겪고 관찰하면 누구나 만날 수 있는 거라 확신한다. 뇌는 위대한 능력이 있고 어마어마한 창조성을 지니고 있다. 원하는 것은 그 방법마저 쉽게 창안해서 반드시 해내는 게 뇌의 속성이다. 그래서 담배 끊는 것뿐 아니라 습관, 태도, 사고방식, 관점 바꾸는 것은 일도 아니다. 최근 열흘 동안 내가 겪은 것들이 그것이다. 다 바뀌었다. 낮잠도 안 자게 됐고 담배도 안 피게 됐고 화나 짜증도 안 내게 됐고 부정적 생각도 전혀 안 하게 됐다. 걱정, 쓸데없는 되새김, 어중간하게 말하거나 고민하거나 망설이는 것, 싫어하거나 미워하는 것, 단점을 보는 것....다 사라졌다. 그냥 뇌한테 말하고 부탁한 것뿐인데 뇌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그 일을 했다. 별 것 아니라는 듯이.
하지만 뇌에게도 약점이 있다. 그 약점까지도 뇌의 개성이다. 뇌는 사실과 허상을 구별하지 못한다. 그냥 다 믿는다. 믿고 빠져든다. 공포 영화를 보면 뇌는 무서워한다. 그 순간에 그것이 가짜라는 것, 영화라는 것을 모르는 듯이. 그러나 바로 이 속성을 알고 이용하면 뇌의 이 속성도 강점이 된다. 아직 사실이 아닌 것, 그런데 바라는 것을 사실처럼 말하고 요구하기만 하면 뇌는 그것을 이룬다.
오늘 뇌와 나눈 대화 중 이런 것도 있었다.
"뇌야, 나 복근 가져야겠다. 복근 만들어줘!"
그러니까 뇌가 별것 아니라는 듯 말한다.
"복근? (잠시 따뜻하게 웃은 뒤에) 알았어, 까짓 만들어줄게. 대신 같이 해야하는 거 너도 알지?"
복근은 곧 만들어질 것이다. 뇌가 대답을 했으니까. 신기하게 요새 나는 이러고 산다. 완전 미친 놈 취급 받을 각오하고....그러나 쓰지 않고 배길 수가 없어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