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8/2026
기억의 숲 이야기 #380 -8월 자유로운 글쓰기 모임 후기
목요일 오전 열 시, 자유로운 글쓰기 8월 첫 모임이었습니다.
"완전 이력서들이 다 나오네요."
두 주간 글을 쓴 소감과 더불어 부교재는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읽었던 "이력서" 부분을 읽으며 떠올랐던 각자의 어린시절도 함께 나눴습니다. 회원님들 이야기를 돌아가며 듣다가 저도 모르게 외친 말이었습니다 .
모임을 시작하자 모두 더 반가웠습니다. 지난달 모임에서 얼굴은 봤지만 글을 함께 나누지 못했던 이유가 시간의 거리를 멀게 느끼게 만든 것 같습니다. 부교재는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입니다. 앞부분 이력서에는 유명작가가 되기까지 어린 시절 이약기에서 작품이 탄생하는 과정들이 상세히 들어있어 흥미로웠습니다. 7월에 시작해 「이력서」를 지나 「연장통」을 읽고 있어요. 진도표대로 하루에 조금씩 읽다보면 어느새 한 권이 끝나고 다음 책으로 넘어갈겁니다.
집에서 만든 요거트를 챙겨가서 예쁜 잔에 나눠 담고 그 위에 재료를 얹어 먹거리를 준비했습니다. 복숭아를 깎아 썰고 블루베리를 넣고 견과류를 조금 넣어서 완성해 준 것은 회원님들이었습니다. 저는 그 사이에 커피를 내렸습니다.
꽃무늬 찻잔이 각자 앞에 놓이고 커피나 차가 자리를 잡으면 준비가 끝납니다.
늘 하듯 소감부터 나눴습니다. 글을 쓰면서 쓰기 힘들었던 투정도 나누며 속풀이를 하는 자리인데 다들 진지하고 열심히 몰입했던 이야기들을 듣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새벽 4시부터 발표할 글을 찾다가 4월 것부터 쭉 훑었더니 '내가 언제 이런 걸 썼지' 싶은 글이 나왔다, 브런치 연재를 하다 마감에 눌려 멀어졌고 1년치를 모아두고 시작하려 했는데 세이브해둔 글도 다시 보면 남의 글이 되더라, 노트 한 권을 또 끝내고 나니 엄청 뿌듯하더라, 별거 아닌 하루가 쓰다 보니 굉장히 많은 일들이 있었던 거더라. 등등"
한 분이 마치면 바로 "완전 성공담이에요" "성장소설이네" "응원합니다"가 쏟아집니다.
각자 쏟아놓은 어린 시절 이야기에 푹빠졌습니다 . 괴롭힘을 당하다가 참고 견디다 스스로 판을 뒤집은 기억, 방학 내내 전집을 읽어치우며 길러진 앉아 있는 힘, 하고 싶은 것을 말했다가 좌절된 이야기들을 계속 풀어놓으면 끝이 없을 것같습니다.
거의 다 "그래서 지금의 내가 되었다"로 이어졌습니다. 회고가 아니라 이력서였어요.
아무도 정하지 않았는데 이야기가 자꾸 어머니로 모였습니다. 마지막에는 스티븐 킹의 어머니와 각자의 어머니가 겹쳐졌습니다. 헌신으로 아들을 대학에 보낸 그 어머니와, 내 어머니가.
글을 낭독하는 자리는 참석하지 못하신 분의 글을 아하님의 낭독으로 시작했습니다. 오래 비우셨던 도롱이님이 직장 때문에 바질 때 빠지더라도 다시 참여하겠다고 하시며 단톡방에 다시 들어오셨어요. 요사이 글도 자주 올리시더니 대신 발표해줄 수 있냐며 올려 두셨습니다.
「옛날 미숫가루」 「날씨를 아시나요?」 「엘베 지옥 남량특집」 「공터」 「생각을 외주화한 인간의 모습」 「생일을 기념하며」.
저는 「김찌찜과 라면」을 낭독하기가 부끄러워 다른 글로 읽으려다가 그대로 발표했습니다.
그렇게 여덟 편을 귀 기울여 들었습니다. 낭독하는 목소리를 타고 전해오는 감정을 그대로 느끼면서요. 인상 깊었던 부분과 마음에 든 부분을 말하고, 조심스러운 조언을 곁들였습니다. 도롱이님 글의 소감은 카톡으로 보내 드렸습니다.
다음은 10분 글쓰기였습니다.
글쓰기 주제에도 "어린 시절 가장 가슴 뛰었던 순간은? 그 이유는?" 이었어요. 매번 기다렸다는 듯 곧 술술 써내려가시는 모습이 대단해보였습니다. 저조차 주제를 정하면서도 미리 생각해오지 않아 한참 고민 후 쓰는데 말입니다.
시간이 많이 초과됐지만 책에서 마음에 남았던 한 구절을 나눴습니다. 같은 책을 두고도 한쪽은 스티븐 킹을 제일 좋아한다, 유머와 속도감이 좋다, 휴가 때 혼자 깔깔 웃었다였고, 다른 쪽은 잘 안 읽힌다, 공감 가는 내용이 없다, 참고 읽는 편이다였습니다. 하지만 책에서 좋았던 대목을 한 사람씩 나눠 보니 고른 자리가 겹치는 데가 많았습니다. 발표할 때 누군가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보입니다.
마치고 다 같이 『유혹하는 글쓰기』 책을 들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파란 표지가 선명합니다.
마칠 무렵에 책을 사러 손님이 오셨습니다. 손님과 이야기하는 사이에 회원님이 자리를 말끔히 치우고 설거지까지 끝내고 돌아가셨어요.
인사도 제대로 못한체 헤어졌습니다. 제가 할 일을 모두 도와주신 마음이 너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