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_jang

dream_jang

Share

Contact information, map and directions, contact form, opening hours, services, ratings, photos, videos and announcements from dream_jang, Education, 부산, Busan.

Photos from dream_jang's post 04/05/2026

기억의숲 이야기 #348 – 책방 인터뷰했어요
앳된 긴 머리 대학 3학년 영상 기자가 찾아왔다. 며칠 전 시빅뉴스라는 경성대학교 인터넷 언론사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려는데 촬영 가능한지를 묻는 메일을 받았다.

독립서점 책방지기의 생각과 이야기란 주제로 책방지기의 하루의 일상을 담아 독립서점의 현실을 들여다보고 독립서점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생각을 담아보고 싶다고 했다.

기쁘게 좋다는 답장을 썼더니 연락이 와서 인터뷰 일정을 잡았다. 오늘은 답사 겸 책방 내외를 촬영하고 싶다고 카메라를 들고 왔다. 간단하게 몇 군데 찍겠거니 생각했는데 꼼꼼하게 곳곳을 카메라에 담았다. 몇 가지 질문을 편하게 주고받았다.

어떻게 기억의 숲을 선택했냐고 물었다. 유명한 서점도 생각했는데 이미 인터뷰들이 많아 새로울 게 없을 것 같아 새롭게 검색하다가 기억의 숲을 발견했다고. 다큐멘터리 취지와 잘 맞고,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 SNS에서 책방 일기를 찾아봤다는 말도 덧붙였다.

내가 쓰려는 책이 책방 일기였는데 마침 이런 기회가 생기니 책방에 대해 진지하게 더 생각할 기회가 되었다. 인터뷰 전에 질문을 보내겠다는 말과 함께 한 시간을 머물다가 카메라를 긴 집에 넣어 어깨에 걸쳐 매고 떠났다.

책방 인터뷰 질문지를 그저께 메일로 보내왔다. 1~9번까지 큰 질문에 각각 작은 질문이 세 개 정도씩 있었다. 공간 소개, 책방의 차별점, 책방을 시작하게 된 계기, 가장 힘들었던 시기, 어린 시절 기억쓰기 프로그램, 프로그램 설명, 운영하면서 느끼는 보람, 기억에 남는 손님, 공간의 의미를 마지막으로 총 30개 가까운 꼼꼼한 질문을 보며 입이 딱 벌어졌다.

섬세한 질문을 만든다고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았다. 어린 시절 기억 쓰기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도 많았다. 늘 하던 이야기라 힘들지 않을 거라 믿었다. 어젯밤부터 답을 쓰려고 했지만 다른 일이 생겨 오늘 아침부터 열심히 시험 답을 찾아내듯 하나씩 써 내려갔다.

만만치 않았다. 가끔 하던 이야기들인데 왜 이렇게 진지해지고 쓸 말이 많은지 의아했다. 결국은 기자가 3시에 도착한 다음 카메라를 설치하는 동안까지 매달려 끝낸 다음 인터뷰를 했다. 내용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차근차근 질문했다.

다시 한 번 읽을 겨를도 없었다. 아이패드에 답을 보며 대답하는데 버벅거리고 서투른 부분이 많았다. 다시 한번 더 하면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흡족하지 못했지만 어쨌든 촬영이 끝났다.

다음은 책방지기의 일상의 모습을 찍기로 했다. 이 시간에 평상시에 무엇을 하는지 물었다. 독서 모임을 위한 책을 읽거나 책 정리와 화초 돌보기를 한다고 했다. 이런 장면과 함께 어제 월간 독서모임 포스터를 붙였는데 다시 작업하는 모습도 연출했다.

벽돌책 함께 읽기의 과제로 돈키호테 5분 낭독하기를 찍었다. 이번 목요일 저녁에 독서 모임도 촬영하러 오기로 했는데 돈키호테 모임이라 잘됐다고 했다. 책방 일기를 쓰는 모습도 찍었다. 기자는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이 붙어 있는 게 좋았는지 소개해달라고 했다. 그림을 하나씩 소개했다.

또 내 책 에서 기억의 숲이 나오는 페이지를 낭독해달라고 했다.

화초들 물주는 장면과 화초들을 쓰다듬으며 향기를 맡으며 머리를 식히는 장면도 찍었다. 시간이 훌쩍 지나 6시 가까이 되어 끝났다.

다큐멘터리 촬영이 학교 과제이기도 하고 신문사 다큐로 올라갈 거고 KBS 방송국인가 다큐멘터리 응모전에도 제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7분 정도 영상에 이렇게 많은 시간을 촬영하고 신경을 쓰는 일인지 몰랐다. 필요한 것을 잘 골라서 편집하려만 자료가 많아야겠지만.

조용한 기자님는 잘 만들어서 책방에도 좋은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경 써서 잘 해보겠다며 고운 웃음에 결의를 담았다. 기자님이 고생한 보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책방이랑 어린 시절 기억 쓰기도 세상에 많이 알려지는 계기도 되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영상 촬영과 인터뷰는 처음이라 새로운 경험이 되었다. 사실 어젯밤에 무슨 옷을 입을지 딸과 함께 한 시간을 찾다가 지쳐 쓰러질 뻔했다. 책방지기의 분위기를 내야 한다며.

끝쪽 질문의 하나입니다.
" 앞으로 '기억의 숲'이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하나요?"

"영혼과 나와의 거리가 멀어져갈 때 영혼과 내가 다시 서로 가깝게 만나는 시간과
공간으로서 책방이었으면 합니다."

Photos from dream_jang's post 02/05/2026

월 한 권 고전 독서 모임 책 속의 문장을 내 삶에 적용하는 과정 모집중
      한강 / 창비
          오전반 :  5/21(목)  10:00~12:00 
         저녁반 :  5/22(금)  19:00~21:00
         회비 : 5,000원(차포함) 선착순 10명

낭독 & 필사 모임  책 속의 문장을 내 몸에 새기는 과정 모집중
         루쉰 /문학동네
         일정  : 5/11, 5/18, 6/1 (총3회)  9:00~11:00             
         회비  : 30,000원 (차, 간식포함)  

영화 원작 읽기 소소한 독서 모임  모집중
      존 보인 / 비룡소
      일정: 5/ 27(수) 10:00~12:00   
      회비 : 5,000원 (차포함) 선착순7명

 맘편한 독서모임-독서모임 참여가 망설여지는 분을 위한 과정 모집중
      박완서 /문학동네  
      일시   : 5/29(금)  10:00~12:00
      회비  : 10,000원(차포함),  모집 : 선착순 7명 
      
어린 시절 기억쓰기 3기 모집 중 어린 시절 기억을 쓰며 치유와 변화의 과정 

벽돌책 낭도&필사&토론 모임 (3개월 진행) 진행중
   세르반테스 / 열린책들
   일정  : 3/27,  4/9, 4/23, 5/7, 5/21, 6/11, 7/2(목) 18:30~21:00
   단톡방 운영, 낭독진도표관리 
   회비 : 월 3만원 (책별도, 차포함)

자유로운 글쓰기 (글쓰는 시간&공간) 모집중
   일정 : 5/15(금), 5/28(목) 10:00~12:00
   회비 : 월3만원 부교재

문의 :  010 4845 1007  (책방 기억의 숲 : 기장군 기장읍 기장대로 82)

Photos from dream_jang's post 02/05/2026

기억의 숲 이야기 #346 –아버지
엄마 병원에 가려고 창원을 다녀왔습니다. 하얀 아카시아 꽃송이가 주렁주렁 매달려 하얀, 연두, 초록으로 산을 수 놓았습니다. 이팝나무 꽃도 세상을 하얗게 하는 데 한몫합니다.
엄마는 나를 보자 꽃처럼 환하게 웃으시며 두 팔을 뻗어 손을 내밀었습니다. 자주 오라는 엄마 말은 소용없이 겨우 한 달에 한두 번 밖에 못가는 게 미안했습니다.

동그스름한 엄마 머리카락이 보들보들 합니다. 동생은 미용사가 다 되었습니다. 동생과 함께 휠체어를 태워 골다공증 검사를 하고 내분비내과 진료를 보고 늘 하듯 병원내 식당에서 누룽지 삼계탕과 녹두죽, 소불고기를 먹었습니다.

동생이 당구장으로 출근할 때 태워주러 갔다 오겠다고 했습니다.
"엄마, 요즘 인생은 순전히 둘째 딸 덕에 덤으로 사는 인생이야."
"그래, 너들 덕이다."
오늘은 왠일인지 자주 오라는 말과 함께 바쁜데 가보라고 했습니다.

여느 때 같지 않으니 불안하다며 동생이랑 주고 받으며 영정사진 만드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돌아 오는 길에도 눈길이 닿는 곳마다 하얀 아카시아 꽃이 주렁주렁 탐스럽게 폈습니다. 이팝나무 꽃은 초록잎 머리 위에 하얀 서리가 소복히 쌓여 흔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아버지는 아카시아를 싫어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할아버지 산소 부근에서 자라는 아카시아는 적으로 여겼습니다. 잘 자라기 때문에 무성한 나무가 산소에 그늘을 만들고 탁 트인 시야를 가리고, 뿌리가 금세 번져 산소를 침범한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봄이 되기 전에 나무 밑둥 주변 곳곳의 흙을 파헤치고 하얀 농약 가루를 묻으면 나무가 서서히 죽는다고 했습니다. 톱으로 잘라내도 곧 다시 줄기가 자라기 때문에 이 방법이 최고라고 하셨습니다.

왜 아버지는 저에게 이 이야기를 종종 하셨을까요? 아버지는 80대 초반까지도 버스를 타고 할아버지, 할머니 종종 산소를 찾았습니다. 더덕 씨앗을 사서 산소 주변 산에 몇 차례 뿌려놓거나 산소 주변에 아카시아가 자라지 못하도록 하셨습니다. 감나무 묘목을 옆에 심어 기도 했습니다.

가끔 영주에 가면 아버지는 승용차로 예천의 산소에 가자고 했습니다. 아버지 혼자 가시면 버스를 타고도 내려서 30분 정도 걸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아버지를 모시고 세 번 정도 함께 갔습니다. 20년 전쯤 어느 봄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산소 옆은 산과 산이 이어진 완만한 계곡이라서 소나무와 참나무 아래 그늘진 곳이라 낙엽이 많이 쌓였고 습한 곳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이곳에 더덕 씨앗을 몇 년째 뿌렸다고 했습니다.

겨우내 땅속에 있다가 가늘고 단단한 줄기를 힘차게 뽑아 올리고 네 장의 잎이 곳곳에 활짝 펼쳐져 있었습니다. 더덕 특유의 진한 향이 계곡에 은은하게 퍼져있었습니다.

밑둥이 굵은 줄기의 더덕을 캤습니다. 낙엽을 걷어내고 부드러운 흙을 조금만 파고 뿌리를 당기면 잘 뽑혔습니다. 제법 굵은 뿌리를 스무 개 정도 캐고 남겨 놓았습니다. 알싸한 향이 코끝에서 확 번졌습니다. 상처를 입은 뿌리에서는 우유빛 진액이 방울이 흘러나왔습니다.

아버지는 이런 먹거리가 있으면 자식들이 한 번씩은 오지 않겠냐는 생각이었습니다. 산소에 왔다가 뭐라도 가져가며 조상을 생각하라는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버지 세대가 돌아가시고 나면 손자세대들이 누가 알뜰히 아버지의 아버지 산소를 찾고 관리할까 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하셨을까요? 아버지는 태어난지 사흘만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리워 그렇게 가셨는지도 모릅니다.

진달래가 필 무렵이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2년째입니다.
깨끗이 씻은 산더덕을 잘라 요구르트와 우유를 넣고 갈아서 한 잔씩 마실 때 입안에 가득 담긴 향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뒤 5년 4월에 아버지가 살던 고향에 숙모와 사촌 오빠가 있을 때 한번 찾아갔습니다. 사촌 오빠와 함께 할아버지 산소에 갔을 때 나만 아는 더덕 비밀을 알려줬습니다. 아버지가 심어 둔 굵은 더덕이 여기저기 자라있었습니다. 세월을 보여주는 굵직한 더덕을 캐 와서 또 먹었습니다.

그 후 한 번도 못 갔습니다. 그 더덕은 산 더덕이 되어 굵게 잘 자라고 있겠지요.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보다 아버지가 심어둔 그 더덕 향을 내 몸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 몸 안에도 할아버지의 정신과 피가 흐르고 있겠지요.

오늘 아침에 아버지 생각이 눈물과 함께 찾아왔습니다

Photos from dream_jang's post 23/04/2026

기억의 숲 이야기 #345 –글쓰기 모임 발표한 글

기만일까?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사이즈의 얇은 책. 책표지 상단에 인디언 핑크색 직사각형과 아래에 진한 벽돌색 오각형이 표지를 차지하고 있다. 왼쪽 위에 까만 작은 글자 가운데는 조금 크고 검은 활자로 이란 글자가 무심한 듯 ‘내가 제목이거든’ 하고 말하고 있다. 높은 산을 뚝 떼 수박 가르듯 자른 절단면에 잘 구운 벽돌 색을 칠해놓은 것 같은 표지이다.
깊은 산허리와 산 몸통인 양 표지 아래 절반을 차지하며 뾰족한 산봉우리를 잘 지탱하고 있다. 더 빨간 피색으로 독어 원제가 씌여있고 같은 색깔로 꼭대기에서 아래로 날리며 뭔가 떨어지는 디자인이다.

표지는 책 내용을 담고 있다. 핑크색은 봄을 상징하겠지, 핑크색과 벽돌색 산의 뾰족한 일부분이 겹쳐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드러난 부분과 안에서 품고 있는 부분을 표현하고 싶었을까? 붉은 피일 수도 있는데 꽃잎이 것처럼 보이는 건 기만을 상징하고 싶었을까?
아마 3년 전에 처음 만난 책이다.

하루 일정이 끝나니 자정이 되었다. 책방에서 40페이지까지 읽다가 덮어둔 책을 들었다. 머리가 움직이지 않은 것 같아 알람을 5시로 맞추고 잠을 청했다. 내일 오전에 있을 기만 독서 모임을 준비해야 한다.

갑자기 눈을 떴는데 새벽 4시였다. 불안했나 보다. 내일 아침 모임을 진행해야 하는데 태평하게 있었으니 간 큰 여자이다. 눈 뜬 김에 읽자.
두 시간이 지났다. 삼색 볼펜에서 파란색을 눌러 열심히 줄을 그었다. 내 머리를 파란 볼펜 선이 단단히 잡고 이끌어 가듯. 중요한 단어는 동그라미를, 한 문장의 밑줄 위에 다시 줄을 그어 직사각형을 만들기고 길죽한 동그라미를 만들기도 한다. 작은 별표를 치고 가끔 별표 두 개를 인심을 쓴다. 볼펜 움직임을 따라 눈과 머리가 두세 번씩 따라 다닌다.

두 시간이 흘렀다. 기만 끝부분 주인공 로잘리가 성에 봄 소풍을 간 장면까지만 읽었다. 함께 수록된 다른 단편 을 읽고 옮긴이의 말을 읽었다. 왠지 남겨두고 삭혀서 읽고 싶었다. 시간이 제법 남아 책을 덮고 자리에 누웠다. 한 시간을 더 자자. 알람을 맞추고 눈을 감았다. 7시 30분에 일어나 뒷부분을 마저 읽었다.

일어나는데 어질한 느낌이 들었다.
30분만 더 누워있자.더 이상 꾸물거릴 시간이 없을 때 출근 준비를 서두르고 책방으로 향했다. 잠은 나에게 보약이기도 하고 반대로 쥐약이기도 하다. 잠을 못 자면 영향력이 크다. 글을 쓸 때보다 책을 읽을 때나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에너지를 다 빼앗긴다. 글을 쓸 때도 에너지를 많이 빼앗기지만, 다시 샘솟는 에너지가 있어 견딜만하다.

4일 연속 독서모임이 있었고 읽어야 할 분량이 좀 많았다. 세 번의 모임을 진행하고 기만으로 오늘 내일까지 독서 모임을 진행해야 한다.

발이 땅에 붙어 있는 느낌이 아니다. 불안한 마음에 뭔가를 먹어서 에너지를 보충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오이와 토마토, 파프리카를 잘라 차에서 먹으면서 갔다. 여전히 머리와 몸이 적신호를 보내는 느낌이 왔다. 그래도 모임을 진행해야 하니까 정신을 수습했다.

네 분이 참여했고 시작은 표시 넘어갔다. 갈수록 머리가 멈추는 것 같고 속이 울렁거리며 손도 차가워지고 묵직한 두통에 얼굴 근육이 부자연스러워졌다. 점점 심각해졌다. 따뜻한 물을 마셨는데 토하려는 기세를 억지로 참았다. 화장실로 뛰어가면 그대로 꽥하고 토할 터였다. 토론 분위기를 망칠 수 없어 꿀꺽 삼키고 심호흡을 하며 안간힘을 써 참았다.
정신력으로 버텼지만 미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드디어 마쳤다. 잠시 엎드렸다. 토하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가! 잘 참았다.

서랍에서 실바늘을 꺼냈다. 왼손 검지 끝마디를 실로 세게 묶어 붉게 피가 손끝으로 몰리게 한 다음 바늘을 불로 소독해 찔렀다. 처음에 찔렸는데도 피가 나지 않았다. 겨우 찌르는 흉내를 내어 약간의 피를 통하게 했다.

“일단 책방을 벗어나자! 자연을 보러가자!”
운전이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벗어나는 게 중요했다. 정원이 있는 지인 집으로 가서 봄꽃들을 보고 만지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진한 대추차도 한 잔 마셨다. 진한 커피향도 맡고 돌아왔다.

이제 나이도, 건강도 생각해야한다. 언제든 건강은 나를 기만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게 진실일까?

Photos from dream_jang's post 21/04/2026

기억의 숲 이야기 #334 –토마스만의 독서모임 후기(2)
“이제 책 본문으로 돌아가 나는 이런 부분이 좋았다, 이건 잘 이해가 안 된다, 내 생각은 이러한데 다른 분 생각을 듣고 싶다, 작가의 의도가 느껴지는 부분이나 공감되는 문장, 의견이 다른 부분 같은 것들을 자유롭게 나눔하고 싶은 부분을 이야기해 볼까요? ”

잠시 조용한 순간을 깨고 안나가 안짱다리기라는 불구 때문에 사랑하는 마음을 미리 접어 버리는 게 무척 안타까웠다는 말로 시작되었습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고 판단했기에 상처받기 싫어 미리 포기했었는데 안나의 마음이 이해가 됩니다.”
“지성을 겸비한 여성인데 누군가가 불구는 아무것도 아니다,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불안이 사라지고 자존감을 가졌을 것 같아요.”
“엄마조차도 딸이 절룩거리는 점을 늘 눈에 두고 있었던 것 같아요.”
“엄마와 딸의 성격이 바뀌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로잘리는 여자들의 인생을 출산능력이 사라진 쉰 살이 되면 다 써먹은 존재, 자연계에서 쓸모없는 존재가 되었다고 여성의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느꼈어요?”

“보다 높고 아름답고 명예로운 경지이므로 가깝든 멀든 여러사람들에게 여전히 많은 것을 줄 수 있는 상태라고 한 안나의 말에 동의해요. 모든 기품있는 민족은 항상 노부인을 존중하고 신성시 했듯 엄마도 그렇게 생각하길 바란다는 말하는 안나가 지혜로운 것 같아요.”

“인간이 갖는 다양한 면을 보고 종합해서 판단해야 하는데 한쪽 면을 보고 존재를 구정 짓다 보니 문제가 많이 생긴 것 같아요. 로잘리는 자신뿐만 아니라 키튼의 팔뚝이 키튼의 모든 면에서 다 뛰어난 것처럼 여겼잖아요.”
“사랑에 빠지면 보이는게 없잖아요.”
모두가 웃었습니다.

“로잘리는 서른이 곧 될 딸이 아직 미혼이지만 다른 남자에게 넘겨주느니 말동무, 인생의 반려로 딸이 같이 있기를 바랐다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여러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서로 밀착된 삶이 습관이 되고 노년의 외로움과 두려움에 더 의지하는 것 같아요. 실제 딸이 뒤늦게 결혼해서 떠나자 힘들어하는 걸 봤어요, 나이가 들수록 부모와 자녀는 서로 독립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으로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엄마와 딸이 오랜 세월 의지하며 밀착되어 있다가 결혼 후 우울증이 오는 사람도 많았어요, 직장 다니는 딸의 아이를 돌보거나 집안일을 도와주며 인생 후반을 보내는 엄마들이 건강에 문제가 생겨 힘들어하고, 딸은 고생을 헤아려주지 않아 서운해하거나 배신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이 본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책은 얇지만 질문꺼리가 많은 책이었습니다.
“미국과 유럽을 비교하며 오랜 전통과 역사에 대해 말하는 키튼은 어떻게 보셨는지요? 성에서 보인 키튼의 행동은 어떠게 보셨어요?”
“키튼이 매력적인 유럽 여성을 정복했다는 표현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로잘리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무엇일까요?”
“로잘리가 열렬한 사랑에 빠진 상황을 먼저 자기 자신에게 고백하고 안나에게 말하는 장면을 어떻게 느꼈는지 나눠보면 좋겠어요.”
“로잘리와 흑고니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해 봐요.”
“로잘리가 성의 비밀의 방에서 키튼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과 키스하지 않고 나온 건 어떻게 보셨어요?”
“정신과 육체의 조화, 삶과 타고난 도덕관념의 조화, 육체와 정신 사이의 화합이란 표현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봐요.”
“자궁암으로 진단받고 죽음 전에 로잘리가 유언처럼 남긴 말에 대해서도 나눔하면 좋겠어요.”
‘고통의 봄’, ‘기만’에 대한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끝이 없어 두 시간이 모자랐습니다.

마지막으로 돌아가며 소감을 나누고 마쳤습니다.
처음 독서모임에 오신 분은 모임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이라 참여할까 말까 계속 고민하다 와서 아무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말을 많이 할 줄 몰랐다는 소감에 다들 첫 발걸음을 생각하며 웃음이 터졌습니다.

"처음 만난 자리인데도 진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 책을 주제로 만나니 오랜 시간 만나야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어 좋았어요."
"30대, 40대, 50대, 60대까지 한자리에 모여 서로 다양한 입장과 관점을 들으며 책을 깊이 읽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감정표현이 부자연스러운 편인데 섬세하게 느끼고 아름답게 표현하고, 열정도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하고 싶은 말들을 아끼고 마쳤습니다.

Photos from dream_jang's post 19/04/2026

기억의 숲 이야기 #333-토마스만의 독서모임후기 (1)
월 한 권 고전 읽기 독서모임을 마쳤습니다. 4월 16일 오전반, 17일 저녁반 모임에서 토마스만의 을 했습니다.

토마스만이 노년에 남긴 마지막 작품답게 삶의 철학을 다양하게 품고 있는 비밀을 다 꿸 수 없지만 읽을수록 깊게 와닿았습니다. 스토리는 아주 간단합니다.

자연 애호가인 50살의 엄마 로잘리는 감수성이 풍부하고 서른이 다된 딸 안나는 추상화를 그리는 이지적인 아가씨인데 안짱다리로 절룩거렸습니다. 둘은 늘 산책하며 깊은 대화를 나눕니다.

갱년기의 엄마가 고등학생 아들의 과외 강사 20대 중반의 젊은 미국인 남자 키튼의 젊음에 반해 사랑하게 되면서 생기가 돌고 몸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생리가 다시 시작되어 여자로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사랑의 고통을 앓습니다. 엄마는 감정 앓이를 딸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서로 도덕적인 관념으로 힘들지만, 딸은 엄마가 상처받을까 걱정합니다.

봄날 키튼과 가족은 신나게 홀터호프성으로 소풍을 갑니다. 비밀의 방에서 안나는 키튼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다시 만날 약속을 했습니다. 하지만 안나는 출혈로 의식을 잃었고 자궁암으로 판정받았다. 과도한 에스트로겐 호르몬으로 인한 출혈을 생리로 알았던 것이었습니다. 로잘리는 평온한 죽음을 맞으며 소설은 끝납니다.

소설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표현과 대화 속에서 사랑의 고통에 따른 갈등, 이성적인 생각, 도덕적인 관념, 서로 다른 성향의 엄마와 딸의 대조, 미국과 유럽의 비교, 생각과 행동, 예술과 자연, 자연과 인간, 육체와 정신, 세대 차이, 상이군인과 장애, 젊음과 노년, 남자와 여자, 결혼과 현실, 삶과 죽음, 부활까지 함축하며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게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엄마가 죽으며 딸에게 했던 말이 작가가 던지는 결론 같습니다.

“자연이 사람을 기만한다느니 조롱하며 잔인하게 군다느니 그런 말은 하지 말아라. 내가 그러지 않았듯이 너도 자연을 비난하지 마. 나는 떠나기 싫어. 너희들로부터, 봄이 있는 삶으로부터 말이야. 하지만 죽음이 없다면 어떻게 봄이 있겠지. 죽음이야말로 삶의 위대한 수단이야. 나한테는 죽음이 부활과 사랑의 기쁨으로 나타났는데, 그건 기만이 아니라 호의이고 은총이었어.”

독서모임은 어떻게 진행되었을까요?
저녁반에 두 분이 처음 참여해 먼저 닉네임으로 각자 간단히 소개하며 모두 환영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시작 질문을 편하게 던졌습니다.

“로잘리는 자연을 숭배하다시피 하는데 특히 봄을 좋아해 마음껏 만끽하는 표현이 많았습니다. 봄에서 시작해 다음 봄에 소설은 끝나기도 했고요. 각자 올봄을 어떻게 즐기고 있었는지 소개해주세요.”

벚꽃길 걷기, 봄동 비빔밥, 봄나물, 주작산 진달래 이야기, 커다란 목련꽃 하늘 이야기, 홍매화를 보며 고생했어, 힘들었지 하며 대화한 이야기 등등 할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책 마지막 장을 덮으며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읽으며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편하게 나눠주세요. 전체 소감을 들어볼게요.”

고전이 막장이라고 하던 말이 이해가 됐고 막장이지만 책이 던지는 의미를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과한 욕망이 죽음을 앞당기는 문제를 일으키는 걸 보며 만족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로잘리는 감상적이라면 안나는 이성적이고 키튼은 앞뒤가 다른 이중성을 느꼈다, 생각과 심장 사이에서 마음이 왔다갔다 하며 움직이고 변화하는 걸 느꼈고, 욕구를 조절해야겠다, 문체가 아름다웠다, 내 안에도 로잘리의 면이 언제든 나타날 수 있지 않을까, 아름다운 것을 보고 자연에 대해 표현하듯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성으로 자제하지만 조절되지 않는 순간도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갱년기의 로잘리의 모습이 공감이 잘 안 되었다, 나는 어디에서 기만당하고 어떻게 기만하고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엄마와 딸이 이렇게까지 친밀하게 대화할 수 있는지 부러웠다, 의견이 다르지만 다투거나 화를 내지 않고 논리적으로 서로 의견을 펼치는 것이 독일인이라 가능한 것 같았다, 요가를 열심히 하며 건강할 줄 알았는데 오십견이 와서 고생하며 기만당한 기분이었다, 삶 자체가 기만인 것 같다.

소녀 같은 엄마를 이해하려고만 했는데 주인공들처럼 서고 다른 생각을 충분히, 다투다시피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 보였다, 제주도의 여름에 환상을 가졌던 자신처럼 로잘리도 젊은 키튼의 팔뚝에 빠져 다른 면은 못보고 동경한 것 같다. 계속

Photos from dream_jang's post 19/04/2026

기억의 숲 이야기 #332 –책방에 책을 사러 온 손님
어제 10시 책방 오픈 시간에 맞춰 주차할 때 손님 두 분이 책방 입구에 서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는 아마 지금까지 세 번쯤 될까 합니다.

청년인 아들이 병원에서 읽을 책을 산다고 엄마와 함께 왔습니다. 아버지는 차를 태워주고 밖에서 기다린다고 했습니다. 걱정이 앞서 어딜 다쳤냐고 물었더니 질병으로 입원했는데 빨리 회복되는 중이라는 말에 안심했습니다.

클레어 키건의 을 읽고 좋았다며 , , 을 골라오셨습니다. , 를 추천했습니다. 아들과 엄마, 병원이라는 말에 무조건 10% 할인을 눌렀습니다. 책 잘 읽고 빨리 완쾌하라는 인사를 빠뜨려 후회됩니다.

전날 오후에도 가끔 오셔서 필요한 책을 한꺼번에 여러 권 사가는 단골손님이 오랜만에 오셨답니다. 무척 반가웠습니다. 귀여운 아들이 초등학생인데 가끔 책방 앞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엄마의 안부를 물었는데 “엄마 요즘 책방에 왜 안가?”하고 묻더라고 했어요. 늘 있던 고전들이 많은데 새로운 책들을 10권 정도 골랐습니다.

문학동네 먼슬리 클래식을 모았는데 이 없다 해서 아끼지 않고 드렸습니다. 알에서 깨어지고 새가 날아가고 사람의 그림자가 알에 남아 있는 정말 표지가 마음에 드는 책입니다. 두 권을 사서 대학 입학한 단골손님 아들에게 선물하고 남은 한 권이 책꽂이 정면을 빛내고 있었습니다.

함께 차를 마시며 자유로운 글쓰기 모임 참여를 권했습니다. 책방 소개 블로그와 서평 블로그에서 글을 봤기 때문입니다. 손님은 거절하지 않았고 저는 신이 나서 안내하고 바로 단톡방 초대까지 했습니다.

독서 모임도 정말 좋지만, 글을 쓰고 서로의 글을 나누며 이야기한 후 느끼는 충만함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답니다. 함께 하는 분들과 느끼는 끈끈함도 특별합니다. 다음 주 목요일이 첫 모임이 기대됩니다.

어제 오후에도 초등학생 귀여운 딸과 함께 가족이 왔습니다. 진해에서 여행 왔다고 했습니다. 여행 손님이 책방을 찾아올 때 저도 가슴이 설렌답니다. 엄마와 아빠는 천천히 책을 골랐고 딸은 여기저기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좁은 책방이 이 가족에게는 넓은 공간처럼 느껴지는 것 같아 흐뭇했습니다. 3학년인 딸이 꼼꼼하고 신중해 보였습니다. 어린이 책이 거의 없어 심심해 보여 스티커를 펼쳐두고 3개 고르라고 했습니다. 자기 취향에 따라 고르는 손길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딸이 엄마를 보고 잔소리를 했습니다. 엄마에게 잔소리할 기회를 잡은 것처럼요.
“엄마는 지난번에 산 책도 다 안 읽고 또 여러 권을 골라?”
귀여움에 함께 웃었습니다.

엄마가 책꽂이에서 을 들고 저자 소개란을 펼쳐 사진을 보며 제 책이냐고 물었습니다. 딸이 물어보라고 재촉했다는 것입니다.
“와, 어떻게 알았어요? 딸이 대단한데요!”
여기저기 전시된 걸 보고 특별하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엄마는 구매할 책으로 포함했습니다. 딸 덕분에 제 책이 선택되었습니다.

엄마 아빠가 신중하게 책을 고르는 모습을 보니 어린 딸의 신중함도 이해가 됐습니다. 다섯 권이나 됐습니다. 네이버 플레이스에서 영수증 리뷰를 부탁드리고 10% 할인을 해드렸습니다.
책갈피 선물을 고르는데도 엄마가 딸에게도 하나 고르라고 기회를 줬습니다. 딸은 한 손 가득 잡고 하나씩 훑어보며 마음에 드는 몇 개를 내려놓더니 그중에서 다시 선택했습니다.

가족은 북카페가 몇 시까지 하는지 물어 8시까지라고 했더니 여기에서 시간을 보내자며 책을 들고 올라갔습니다. 어린이 책이 없어 책방 중고 책 두 권을 들려 보냈습니다. 잠깐 북카페에 갔는데 엄마와 딸은 북퍼퓸 비즈 장식을 하고 있고 아빠는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이틀간 팔린 책으로 책방지기는 책 주문을 한참 했답니다. 책방에 이렇게 책이 팔리기는 흔한 일이 아닙니다.
올해 처음으로 도서관 납품 주문을 받았습니다. 한 곳에 47권, 다른 도서관에 123권을 한꺼번에 납품 주문하는 것보다 더 즐거웠습니다. 독서 모임 단골님이 사가는 책 외에는 아주 가끔 찾아오는 손님이 한두 권 사갈까말까 하는 게 전부이니까요.

한 주가 빡빡한 독서모임 일정으로 집중해서 읽은 책이 많아 무리였는지 몸에 적신호를 느꼈습니다. 이틀간 책과 조금 거리를 두고 산책도 다녀왔습니다. 내가 읽지 않아도 누군가가 책을 읽는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Photos from dream_jang's post 09/04/2026

기억의 숲 이야기 #331-엄마의 벚꽃
아침 일찍 동생 전화가 울렸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아직은 준비가 안 됐는데. 혹시 엄마가 가셨다는 걸까!’
“언니야.”
‘안돼! 안돼! 엄마와 인사도 못했는데.’
“응 무슨 일 있니?”
“언니야.”
동생 말이 느렸다. 동생의 대답에 맞춰 시계가 째깍하면 내 시계는 째깍째깍 째깍 수없이 지나가는 생각과 함께 잽싸게 흐른다.
‘엄마 영정 사진도 안 만들어놨어.’
“엄마한테 무슨 일 있어?”
“응. 엄마가 새벽에.”
“엄마가 설마!”
“며칠째 계속 기침을 많이 해서.”
‘아, 살았구나.’
“기침약을 먹어도 안 듣네.”
‘마지막엔 폐렴으로 떠나신다더니. 엄마도.’
“입원해야 할지 모르겠어.”
‘이제 입원하면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텐데. 어쩌지?’
“그래, 네 목소리는 왜 그래?”
‘엄마를 모신 지 1년 6개월이 다 되어 간다. 동생도 고생 많이 했지.’
“엄마가 새벽마다 기침을 많이 해서 잠을 못 잤어.”
‘아, 동생이 아프면 안 되는데.’
“약국에서 사 온 기침약을 먹었는데. 밥도 못 먹고.”
‘입원해야 할까?’
“00야, 내가 가볼게.”
‘오늘 아침에 글쓰기 모임 끝나면 갈까?’
휴대폰 일정표를 열었다. 저녁에도 생각학교 독서모임이 있다.
“일단 병원에 모시고 가서 며칠 약을 먹어보고 계속 그러면 다음 주 월요일에 입원을 시키자.”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긴 하지. 기침이 심하니 엄마가 힘들어해. 나는 입원하는 게 좋을지 어쩔지 잘 모르겠어.”
“오늘 아침에 책방 모임이 있는데 마치고 바로 갈게.”
“올 시간이 돼?”
“그래. 가서 보자.”
“그러면 언니가 와서 보고 결정해.”
‘엄마 입장만 생각했네. 동생이 얼마나 힘들었으며 입원을 생각했을까? 많이 힘들구나.’
“네가 아플지 걱정이다. 괜찮니? 많이 힘들지!”
“잠을 못 자서. 감기를 옮았나 봐.”
“아이고. 어떻게.”
동생에게 미안했다.
“병원을 알아봐 줘. 가던 병원에 진료가 안된다 하면 근처 내과에라도 가자.”
“새벽에 엄마가 전화했어.”
‘전화기 사용을 안 한 지 오래됐는데.’
“뭐래? 전화 거는 법을 까먹지 않았네. 전화를 다 하고.”
“내가 받으면 뚝 끊지. 오라는 거지.”
내가 웃었다.
“네가 잘 챙겨서 엄마 정신은 말짱하네.”
동생도 웃었다.
“그래. 2시쯤 도착할 거야.”
“조심해 와.”
모임을 하는 동안 마음이 뒤숭숭했다. 뒷정리를 마치자마자 얼른 밥을 한 숟가락 김치찌개에 말아 먹었다. 아침에 챙겨온 곰피 미역 장아찌를 냉장고에서 꺼내 차에 탔다.

산에는 초록색과 연둣빛 나무들이 군데군데 분홍 꽃들을 초대해 산에서 결혼 잔치를 벌인 것 같다. 사람이 태어나 자라 청년기를 지나 어른이 되고, 장년기에서 점점 나이가 든다는 것, 늙는다는 것, 죽음을 기다린다는 게 자연의 섭리다. 육체의 변화만 있는 게 아니라 참 다행이다. 우리 몸도 나무에 싹이 돋고 잎이 무성해지고 꽃을 피우고 단풍이 들고난 후 앙상한 가지만 남아 떨어지는 것처럼 사계절에 따라 변화를 겪는다. 마음이나 정신의 세계는 계절을 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무뿌리가 땅속으로 뻗고 한 바퀴 늘어나는 나이테처럼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나는 어디쯤 있을까? 매년 계절의 변화를 따라 마음껏 즐기고 가슴도 두근거리며 흘러왔다. 점점 힘을 잃어가는 육체를 대신 채울 것,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도록 지탱하는 튼튼한 뿌리와 굵어지는 줄기를 감싸며 두꺼워지는 껍질이 되어줄 게 나에게도 필요하다. 고전을 읽고 글쓰기를 하며 뻗어가는 뿌리의 모양을 더듬고 나무껍질이 전하는 말을 손끝으로 귀 기울인다. 나를 더 깊게 이해하고 타인을 더 넓게 이해하는 법이 지혜라는 것을.

어느새 창원에 도착했다.
동생은 출근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쉰 목소리로 말했다.
“낮부터 멈추지 않던 기침이 잠잠해졌고, 아침도 조금 먹었어.”
엄마는 정신없이 자고 있었다.
동생을 태워주고 한우 두 팩을 샀다. 엄마 쇠고기 야채죽을 끓이고 동생이 먹고 힘내라고.
엄마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죽을 끓이고 엄마를 깨웠다.
엄마는 내 얼굴을 보자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부드럽고 작은 손이 내 손을 잡았다.
“왜 이제 왔노. 내가 죽을 뻔했다.”
“엄마, 잘 살아있네. 기침을 많이 했어?”
“그래, 기침이 나서 죽는 줄 알았다.”
“어떻게 왔노?”
“병원에 모시고 가려고 왔지.”
“고맙다. 잘 왔다.”

“엄마, 옷갈아 입고 병원 가자.”
요양보호사와 함께 휠체어에 태워 병원으로 갔다.
(댓글계속

Photos from dream_jang's post 31/03/2026

기억의 숲 이야기 #330 -4월 책방 일정표
꽃으로 가득한 세상입니다. 책방 4월도 꽃으로 가득할 것 같습니다. 함께 하는 4월 기대됩니다.

💝고전 독서 모임 - 책 속의 문장을 내 삶에 적용하는 과정 모집중
     🧚‍♀️ 토마스만/ 민음사
     🧚‍♀️ 오전반 : 4/16(목) : 10:00~12:00  
     🧚‍♀️ 저녁반 : 4/17(금) : 19:00~21:00
     🧚‍♀️ 회비 : 10,000원 (차포함) 선착순 7명

💝맘편한 독서 -독서모임 참여가 망설여지는 분을 위한 과정 모집중
    🧚‍♀️ / 양귀자 / 쓰다
    🧚‍♀️일정 :  4/24(금)  10:00~12:00
    🧚‍♀️회비 :  10,000원 (차, 다과 포함) 선착순 7명 

💝영화 원작 읽기 소소한 독서 모임 모집중
     🧚‍♀️< 티파니에서 아침을> /트루만 커포티/시공사
     🧚‍♀️일정 : 4/22(수) : 10:00~12:00 
     🧚‍♀️회비 : 5,000(차포함) 선착순 7명

💝어린 시절 기억쓰기 모집 중 (5회) -치유와 변화 회복의 과정 모집중
     🧚‍♀️일정  : 오전반:10:00~12:00   
저녁반 :19:00~21:00 (조절가능)
     🧚‍♀️회비  : 100,000원 
     🧚‍♀️모집  : 선착순 5명 

💖벽돌책 낭독&필사&토론 모임 (3개월과정) 진행중
      /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 열린책들
     🧚‍♀️일정 : 3/27(금), 4/9, 4/23, 5/7, 5/21,
6/11, 7/2(목) 19:00~21:00. 
     🧚‍♀️단톡방 운영, 낭독진도표관리 
     🧚‍♀️회비 : 월 3만원 (책별도, 차포함) 

💝자유로운 글쓰기 (글쓰는 시간&공간) 모집중
     🧚‍♀️일정 : 4/9, 4/23(목) 10:00~12:00.
🧚‍♀️ 매일 글쓰기 훈련, 단톡방 운영
    🧚‍♀️ 회비 : 3만원 부교재 
🧚‍♀️ 모집 : 선착순 2명

💝낭독 & 필사 모임 - 책 속의 문장을 내 몸에 새기는 과정 모집중
    🧚‍♀️ /
볼테르 / 문학동네
    🧚‍♀️일정 : 4/6, 4/13, 4/20(월) (총3회)
09:00~12:00            
    🧚‍♀️회비 : 30,000원
     
💝우리은행 (1002 732 912090 장성남)
💝문의 :  010 4845 1007  (책방 기억의 숲 : 기장군 기장읍 기장대로 82)
💝블로그 : blog.naver.com/jsn4577

Photos from dream_jang's post 28/03/2026

기억의 숲 이야기 #329 -독서모임 후기
탑처럼 쌓였던 돈키호테 두꺼운 책 1권, 2권이 점점 줄어 들었습니다. 꼭 읽어야할 목록에 돈키호테가 순위를 차지하고 계신 분들이 많으신가 봅니다. 새롭게 세 분이 신청했습니다. 27일 저녁 첫모임이 있었습니다.

둥근테이블에 진열된 것들을 치우고 긴 테이블 아래 붙였습니다. 아홉 명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모두 대단한 열정과 용기 있는 독서가들입니다.

먼저 인사와 함께 돈키호테를 신청한 계기나 시작하는 기대를 돌아가며 나눴습니다. 정신이 나간 미친 사람이나, 이상한 할아버지의 모험 같은 이미지가 전부인데 철학자나 대문호들이 극찬하는 이유를 느껴보고 싶다는 소망이 많았습니다.

두께에 혼자는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꼭 읽고 싶은 목록이었고 이번 기회에 함께하는 힘으로 뫈독하다는 생각, 혼자 하는 독서의 한계를 느끼며 모임을 찾았다는 분, 돈키호테와 반대성향인데 일탈하는 마음으로 즐겨보고 싶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저는 미리 1,900 페이지를 6월 말까지 끝나도록 일정표를 짜서 인쇄해두었습니다. 의욕이 높은 첫 달은 토요일도 포함해서 매일 두 장씩 하고 5,6월은 평일만 두 장씩 하면 두꺼운 돈키호테의 완독 할 수 있다는 달콤한 희망을 먼저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벽돌책 읽기의 의미를 말씀드렸습니다. 지식을 찾거나 책에서 깊은 의미를 찾으려고 애쓰며 왜 이렇지하고 따지기보다 이성을 내려놓자고 했습니다. 돈키호테와 함께 하는 산초판사처럼 투덜대기도, 따라하기도 하며 함께 모험하고 이야기에 푹 빠져 실컷 웃고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요.

오늘 첫 낭독 스케줄을 좀 많이 무리하게 정했습니다.
1권의 앞부분 서문을 낭독하고 2권 뒤에 있는 역자해설을 모두 낭독했습니다. 꼬박 두 시간 가까운 강행군 낭독을 모두 버텨냈습니다.

세르반테스의 일생과 돈키호테에서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인류에게 준 돈키호테란 선물이 어떤 의미인지 상세한 설명이 길게 씌여 있었습니다.
오늘 낭독이 가장 힘든 부분이라 앞으로 낭독은 장난처럼 느껴질 것 같다고 위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각자만의 목표와 소감을 나누고 마쳤습니다. 이번에는 5분 낭독으로 편하게 즐기자, 문장 필사보다 소감이나 나만의 의미 있는 글을 써야겠다고, 완독만을 목표로 하겠다, 각 장마다 5분 낭독을 하겠다, 스토리를 즐기겠다 등등 나름대로 목표와 의지를 소개하고 마쳤습니다.

직장을 마치고 2시간30분에 걸친 첫 모임이 강한 스파르타식이 되고 말아 조금 미안했습니다. 모두 다 완독한 후 어떤 변화가 있을지 기대됩니다. 시작하기도 전에 또 와인 파티 할 날이 기다려집니다.

자유로운 글쓰기 모임도 잘 마쳤고, 맘편한 독서모임도 마쳤습니다.

4월엔 맘편한 독서모임은 양귀자의 을 하려고 합니다. 영화원작 읽기모임은 이달에 쉬었습니다. 4월엔 을 할 예정입니다. 월 한 권 고전읽기는 토마스만의 입니다. 낭독&필사 모임은 볼테르의 입니다.

Photos from dream_jang's post 23/03/2026

기억의 숲 이야기 #328 -낭독&필사모임 후기
아침 낭독&필사 모임을 마치고 책방 문을 열어둔 체 목련을 보러나갔습니다.

멀찌기 바라보이는 목련 나무에 하얀 꽃이 내게 손짓합니다. 굵직한 목련 나무 옆에 네모난 벽과 파란 지붕이 작은 상자처럼 보입니다.

뽀독뽀독한 분유빛 목련 하늘 아래 발길을 멈췄습니다. 한 세기보다 더 살았을까요? 굵직한 밑둥이 대지에 뿌리박고 네 갈래로 뻗은 줄기도 내 몸보다 굵습니다. 몇 번의 목련을 피웠을까요? 몇번의 태풍과 모진 칼바람을 버텼을까요?

몇 송이나 폈을까요? 아직 한 송이도 바닥에 툭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꽃송이를 붙들고 있는 가지들 사이로 파란 하늘이 바다를 닮았습니다. 고개를 뒤로 마음껏 젖히고 목련을 따라 흔들흔들 웃습니다.

아래로 내려온 가지 하나를 잡아 목련 한 송이를 한 손 가득 움켜쥐어 봅니다. 도톰한 꽃잎 한장한장을 쓰다듬으며 전해오는 감촉을 가슴에 담습니다. 방긋방긋 웃는 아기의 보드레한 볼처럼 신비합니다.

한강 작가님이 《흰》에서 깨끗한 흰 것을 줄게 라고 한 그 흰의 빛깔과 백목련이 닮아 있을 것 같습니다.

세 번에 나눠 진행했던 《흰》을 오늘 마쳤습니다. 첫날은 1부와 에필로그를 낭독했습니다.

목소리로 전해오는 감정과 글의 힘에 몇분이 눈물 바람이었습니다. 두 번에 나눠 한 페이지씩 돌아가며 낭독하고 조용히 필사를 했습니다. 서로 특별히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을 나눔하며 소감을 나눴습니다.

둘째주는 1부에서 필사하며 새롭게 발견한 좋은 문장을 하나씩 소개했습니다. 2부를 두 번에 나눠 낭독하고 필사하며 나눔했습니다. 각자 간직한 흰은 어떤 게 있는지만 소개했습니다. 과제로 해설은 읽어오기로 했습니다.

오늘 세번째 모임에서는 2부 문장들을 한번 더 나눔하며 남은 3부를 낭독했습니다. 오늘은 낭독하며 여기저기에서 훌쩍훌쩍해 티슈가 열일했습니다. 3부에서 나눔을 진하게 했습니다.

서로 아픔들을 이야기하며 위로했습니다. 한강 작가님의 흰이 모두의 가슴으로 파고 들었나봅니다.
미리 준비해둔 한강작가님 노벨문학상 수상소감문을 한 페이지씩 낭독했습니다. 새로운 감동과 감탄으로 이어졌습니다.

각자의 흰 목록을 쓰고 글을 하나씩 쓰려고 했는데 이미 진한 이야기들로 시간이 다 지나갔습니다. 각자 자율 과제가 되었습니다.

마지막 소감과 더불어 각자 간직된 흰 게 무엇인지 소개하고 노벨문학상 소감문에서 강하게 느낀 부분을 나눔하며 마쳤습니다.

태줄을 묶는 무명실과 죽은 후 수의를 입힌 후 묶는 끈, 학교 입학할 때 가슴에 달았던 코를 닦는 거즈 손수건, 할머니가 아플 때 하얀 수건에 물을 짜서 이마에 얹져주던 하얀 수건, 의도적으로 상실해버린 하얀 기억들 등 흰의 담긴 의미를 이야기했습니다. 서로에게 위로와 격려, 공감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흰을 통필사 한 분의 노트를 보며 박수를 보냈습니다.
다른 어떤 책보다 더 가슴을 사랑으로 연결해주는 책이었습니다. 낭독의 힘도 더 뜨겁게 느꼈습니다.

가슴이 팔닥팔닥 뛰는 동안은 사랑을 잃지 말아야겠다고 새겼습니다.

Want your school to be the top-listed School/college in Busan?

Click here to claim your Sponsored Listing.

Location

Category

Website

Address


부산
Bus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