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이음소

재능이음소 농업과 농촌 그리고 농업인(3農)에 대한 가치를 공유합니다.
행복한 시골살이 우리는 지금 농촌으로 간다

요 며칠 사이 농업계에서 큰 역할을 하시는 분들이 각각 시골살이궁리소를 다녀가셨습니다.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걱정은 묘하게 한곳으로 모였습니다.“농업의 경쟁력이 예전 같지 않다.”“국민들이 농업과 농촌에 갖는 관심이 ...
23/08/2026

요 며칠 사이 농업계에서 큰 역할을 하시는 분들이 각각 시골살이궁리소를 다녀가셨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걱정은 묘하게 한곳으로 모였습니다.

“농업의 경쟁력이 예전 같지 않다.”
“국민들이 농업과 농촌에 갖는 관심이 확연히 줄었다.”

저 역시 공감합니다.

그런데 저는 요즘 우리 농업의 가장 큰 문제가 단순히 농업인의 숫자가 줄어드는 데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농사를 지을 사람이 너무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는 것.

어쩌면 이것이 더 무서운 문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예전처럼 많은 사람의 노동을 투입해 농업을 유지하는 방식으로는 버티기 어렵습니다.

적은 사람이 더 안전하게,
더 정확하게,
더 적은 노동으로,
더 높은 생산성을 낼 수 있도록
농업의 체질 자체가 달라져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요즘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농업은 사람이 줄어드는 속도보다 더 빨리 진화해야 하는 산업이다.”

스마트팜도 필요하고, 로봇도 필요하고, AI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농업의 미래를 생산성만으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농업을 이야기할 때 세 가지를 함께 보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농업이라는 산업,
농촌이라는 공간,
그리고 그곳을 지탱하는 농민이라는 사람.

산업으로서 농업은 기상이변을 비롯 어떤 상황에서,

필요한만큼 그것을 잘 생산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어야 합니다.

농촌이라는 공간은 사람의 가슴을 채우는 쉼과 평안의 공간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농민은 그 산업과 공간을 지켜내면서 자신의 삶도 지속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이것을 조금 단순하게 이야기하곤 합니다.

“농업은 배를 채우고, 농촌은 가슴을 채우며, 농민은 그 둘을 지켜내는 사람이다.”

이 셋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무너지면 우리가 알고 있는 농업과 농촌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의 농업 위기를 단순히 농산물이 줄어드는 문제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배를 채울 산업과
가슴을 채울 공간,
그리고 그 둘을 지켜낼 사람이
함께 사라지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이렇게 큰 변화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우리 사회가 농업과 농촌의 문제를 이토록 남의 이야기처럼 바라본 적이 단군 이래 또 있었을까요.

제가 1960년 대 이전에는 살아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누가 속 시원하게 대답이라도 해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저도 이쯤에서 손을 놓고 20평 남짓한 작은 아파트로 들어가 살까 싶기도 합니다.

남의 손으로 잘 가꾸어진 정원을 천천히 산책하고, 눈 내리는 날에는 따뜻한 창가에 앉아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말입니다.

아마 지금보다 몸도 덜 고단하고, 시간도 훨씬 넉넉할 것입니다.

가끔 강연이나 다니며 혀를 조금씩 움직여 주면 입안에 거미줄이 생길 일도 없겠지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마음 한구석이 편하지 않습니다.

농업을 모르는 사람에게 농업을 이야기하고,

농촌에서 살아보지 않은 사람에게 농촌의 가치를 전하고,

농민이 아닌 사람에게도 농민의 문제가 결국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을 설명하는 일.

어쩌면 지금 농업에는 농산물을 생산하는 사람 못지않게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세상의 언어로 번역해 주는 사람과 그것을 보여주는 공간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돌이켜 보면 시골살이궁리소에서 해온 일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과 함께 흙을 만지고,
작은 밭을 만들고,
꽃과 채소를 심고,
수확한 것을 함께 먹고,
정원을 거닐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텃밭 교육이었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잠시 쉬어가는 정원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정말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채소 몇 포기 잘 기르는 방법만은 아니었습니다.

농촌은 농민만의 삶터가 아니라
도시의 사람들에게도 쉼과 회복을 건네는 공간이라는 것.

농업은 먹거리를 생산하는 산업을 넘어,

사람의 삶과 관계와 공동체를 이어주는 일이라는 것.

그리고 농민의 삶이 우리 사회와 동떨어진 누군가의 특별한 삶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시골살이궁리소’라는 이름도 그랬습니다.

정답을 알려주는 곳이 아니라
함께 궁리해 보는 곳.

어떻게 농업을 이어갈 것인지,

어떻게 농촌을 사람들이 찾고, 머물고,

때로는 살아가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 것인지,

어떻게 농민의 삶을 조금 더 지속가능하게 만들 것인지.

저 역시 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저 흙 가까이에 서서 사람들과 만나고,

묻고, 이야기하며 그 답을 함께 궁리해 볼 뿐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참 묘합니다.

시골 한켠에 자리 잡은 작은 궁리소인데도

세상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계속 생깁니다.

오늘 오전에도 치유농업 전문가로 오랫동안 일하시다, 농촌진흥청에서 퇴직하신 박사님이 궁리소를 찾아오십니다.

오후에는 SBS 스브스뉴스와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시골 구석에 앉아 있는데 사람들이 찾아오고,

SNS나 방송을 통해 세상 사람들과 농업과 농촌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깁니다.

어쩌면 세상과 조금 떨어져 살기에,

오히려 세상에 들려줄 이야기가 생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 같으면 이런 것을 그저 일 이거나 서비스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시골에 살면서도 세상 사람들과 농업과 농촌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계속 주어진다면,

그것도 어쩌면 제게 주어진 혜택인 동시에 역할인지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을 시골로 불러 흙을 만지게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곳에서 보고 느끼고 궁리한 것을 다시 세상 밖으로 전하는 일.

그것 역시 궁리소가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일 테니까요.

그래서 요즘 제 질문도 조금 달라졌습니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해야 할까’가 아니라,

‘지금 같은 시대에 이런 일을
누군가는 계속해야 하지 않을까.’

그 ‘누군가’가 꼭 대단한 사람일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시골 한켠에서 흙을 만지고,
사람들과 밥을 나누고,
세상의 변화를 바라보며
농업과 농촌의 이야기를 꾸준히 전할 수 있는 사람이면 될 것입니다.

가족들과의 시골살이 5년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한지가 1년을 넘었는데도,
아마 당분간 저는
그 질문인지 역할인지 답을 찾느라

시골살이궁리소에서
조금 더 궁리하며 살아갈 것 같습니다.

궁리소의 배롱나무를 오래 들여다보다가문득 제가 어떤 모습으로 늙어가고 싶은지 생각했습니다.배롱나무는 한 송이가 백 일을 버티는 것이 아니라먼저 핀 꽃이 지면 다음 꽃이 그 자리를 이어받습니다.꽃이 모두 진 뒤에도 끝...
16/08/2026

궁리소의 배롱나무를 오래 들여다보다가
문득 제가 어떤 모습으로 늙어가고 싶은지 생각했습니다.

배롱나무는 한 송이가 백 일을 버티는 것이 아니라
먼저 핀 꽃이 지면 다음 꽃이 그 자리를 이어받습니다.

꽃이 모두 진 뒤에도 끝이 아닙니다.
열매가 남고, 가지에는 작은 새들이 찾아오고,
겨울에는 오래된 수피가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언제까지나 꽃으로 주목받을 수는 없겠지요.

그래도 꽃이 진 자리에서
누군가 쉬어갈 가지 하나쯤 내어줄 수 있다면,
그런 노년도 참 괜찮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꽃으로 주목받지 않는 계절에도
여전히 누군가에게 작은 기쁨이 되는 삶.

배롱나무를 보며 생각한 이야기를 브런치에 적었습니다.

오래도록 무엇인가를 건네는 삶 | 궁리소 정원에는 배롱나무가 여러 그루 있습니다. 제가 배롱나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윤보선 대통령 기념사업회’에 참여하면서부터입니다. 그분이 생전에 배롱나무를 특히 좋아하셨다.....

취소자 발생으로 4명 추가 모집 중. 내용 잘 보시고 적합하시다고 판단되면 지원하세요.
17/07/2026

취소자 발생으로 4명 추가 모집 중. 내용 잘 보시고 적합하시다고 판단되면 지원하세요.

농촌힐링지도사 2급 자격 부여 국비지원 교육생 추가모집 | 단순한 텃밭이 아닙니다. 내 땅을 완벽한 쉼터로 바꾸는 100시간의 마법 "주말농장, 언제까지 풀만 뽑다 지치실 건가요?" 시골살이궁리소의 2026년「체류형 쉼터 방식 키...

천안아산역 주차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지금 우리 지역을 포함해 중부지방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천안아산역 인근을 이용하시거나 주차하시는 분들은 침수 피해에 단단히 대비하셔야 합니다.과거 두 ...
17/07/2026

천안아산역 주차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지금 우리 지역을 포함해 중부지방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천안아산역 인근을 이용하시거나 주차하시는 분들은 침수 피해에 단단히 대비하셔야 합니다.

과거 두 차례나 역 주변 도로와 차량이 완전히 물에 잠겼던 아찔한 사진들을 보면, 그 위험성이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왜 이토록 심각한 침수가 반복되는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천안아산역 주변이 개발되면서, 일시적으로 빗물을 머금어 주던 '논'이 단 한 평도 남지 않고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천연 스펀지 역할을 하며 물을 잡아주던 농경지가 제 기능을 잃으니, 그 빗물이 오롯이 도심으로 쏟아져 들어올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는 비단 이곳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과거 한강 범람을 막기 위해 소양강댐을 건설했지만, 이후 춘천~서울 구간의 농경지가 전국 최고 규모로 감소했습니다.
집중호우가 3배 이상 잦아진 지금, 우리는 다시 한강 범람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매년 되풀이되는 강남역 침수가 그 불길한 전조가 아니기를 바랄 뿐입니다.
우리가 잊고 있는 농업의

물론 농부들이 홍수를 조절하거나 지하수를 확보하기 위해 논밭을 가꾸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농경지가 사라졌을 때, 우리는 생활용수를 확보하고 수해를 막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댐을 짓고 또 다른 환경 파괴를 감수해야만 합니다.

우리가 반도체나 조선을 수출해 번 돈으로 맛있는 고시히카리 쌀을 사 먹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메말라버린 지하수와 사라진 홍수 조절 능력은 돈으로 사 올 수 없습니다.

농업은 단순히 시장에서 돈을 주고 사고파는 것을 넘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거대한 '비시장적 재화 가치'를 지닌 산업입니다.

이웃 나라 일본,

일본 구마모토현은 이미 20년째, 본래 논이었던 자리에 물만 채워두어도 300평당 약 22만 원의 '지하수 확보 비용'을 농가에 지급하고 있습니다.

농업이 가진 환경 보전과 수자원 확보의 공익적 가치를 온전히 인정하고, 그에 대한 정당한 비용을 사회가 지불하고 있는 것입니다.

단순히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을 넘어, 우리 삶의 터전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농업과 농촌의 숨은 공익적 가치를 우리 사회가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비 피해 없으시길 바라며, 안전에 각별히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천안아산역 #폭우대비 #침수주의 #농업의가치 #농촌의중요성 #공익적가치 #지속가능한환경 #구마모토사례 #수자원보호 #환경보전

06/07/2026

시골살이궁리소 키친가든 과정
하반기 수강생 모집을 시작했습니다.

자세한 교육내용과 일정 및 수강신청은
그린대로 홈페이지에서
‘키친가든’을 검색해 주세요.

#시골살이궁리소 #키친가든 #그린대로 #시골살이 #텃밭수업 #가드닝교육 #정원수업 #귀촌준비 #전원생활 #마당있는삶 #텃밭있는삶 #주말농장 #도시농업 #작부계획 #틀밭만들기 #정원가꾸기

05/07/2026

텃밭을 배우러 왔다가
살아가는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흙을 만지고, 작물을 심고,
마당과 텃밭을 배우러 왔을 뿐입니다.

그런데 함께 틀밭을 만들고,
꽃을 만지고, 밥을 나누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알게 됩니다.

우리가 배우는 것은
텃밭만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누구와 함께할 것인지,
나이 들어서도 몸과 마음을 어디에 기대고 살 것인지.

시골살이궁리소 키친가든 과정은
그런 질문을 손으로 만져보는 시간입니다.

7월 25일, 새로운 과정이 시작됩니다.

주차별 교육내용과 일정은
그린대로 홈페이지에서
‘키친가든’을 검색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04/07/2026

이런 시골살이를 꿈꿔본 적 있나요?

귀농까지는 아니어도,
마당과 텃밭이 있는 삶을 한 번쯤 꿈꿔본 분들께.

시골살이궁리소 키친가든 과정 11기(토요반)와 12기(일요반)
현재접수중 입니다.

주차별 교육내용과 일정은
그린대로 홈페이지에서
‘키친가든’을 검색해 주세요.

#시골살이궁리소 #키친가든 #그린대로 #시골살이 #텃밭있는삶 #가드닝교육 #귀촌준비 #전원생활 #정원수업 #마당있는삶 #천안아산 #현재접수중

06/06/2026

오사카 도톤보리를 걷다가 이상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드럭스토어나 편의점에서 외국인 직원이 계산을 해줄 때는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유독 타코야키 가게에서는 달랐습니다.

가게 앞에 길게 늘어선 줄, 철판 위에서 굴러가는 오사카 명물 타코야키, 오사카 특유의 활기와 냄새.

그런데 막상 가게 안에 들어서니 대부분 외국인 직원이었습니다.

물론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누구나 일할 수 있고, 누구나 살아갈 수 있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이곳을 찾는 것일까?"

타코야키를 먹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오사카를 경험하기 위해서일까.

생각해 보니 농업도 비슷합니다.

예전에는 남들보다 더 많이 생산하는 것이 경쟁력이었습니다.

더 넓은 면적, 더 많은 생산량, 더 낮은 생산비.

그것이 농업의 중요한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농업은 이제 '얼마나 많이 생산하는가'의 게임에서 '왜 당신이어야 하는가'의 게임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스마트팜도, AI도, 자동화 기술도 결국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술은 따라 할 수 있습니다.

시설도 따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철학과 이야기,

그리고 고유함은 쉽게 따라 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단순히 딸기나 된장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가치와 이야기를 소비합니다.

관광객들이 도톤보리에서 타코야키를 찾는 이유도 단순히 밀가루 반죽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 안에 오사카라는 도시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곳 사람들의 삶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오래 살아남는 것은 가장 많이 생산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만의 고유함을 가진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주 학생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고독을 자초하라."

남들과 다른 길을 가면 때로는 외로워집니다.

그러나 외로워지면 더 민감해집니다.

민감해지면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자신만의 고유함이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면 안 됩니다.

좋은 농산물도, 좋은 기술도, 좋은 생각도,

알려지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고유함을 세상과 연결하는 힘도 필요합니다.

저는 그것을 '매개'라고 부릅니다.

고유함을 만들고, 그 고유함을 세상과 연결하는 사람.

어쩌면 미래 농업의 경쟁력은 바로 그곳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도톤보리의 밤거리를 걸으며, 지난주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다시 떠올려 보았습니다.

며칠 전 외출에서 돌아왔더니 지인이 이음채를 둘러싼 향나무를 전정해 주고 갔습니다.나무에는 필요한 작업이었을 것입니다.그런데 마당에 서는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정돈된 향나무의 수형이 아니라 사라진 그늘이...
31/05/2026

며칠 전 외출에서 돌아왔더니 지인이 이음채를 둘러싼 향나무를 전정해 주고 갔습니다.

나무에는 필요한 작업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마당에 서는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정돈된 향나무의 수형이 아니라 사라진 그늘이었습니다.

오랫동안 향나무 아래에는 늘 짙은 그늘이 있었습니다.

그 그늘 속에는 이끼와 같은 음지식물들이 살고 있었고, 여름이면 사람들도 잠시 쉬어가곤 했습니다.

그늘은 늘 그 자리에 있었기에 존재를 의식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없어지고 나니 비로소 보였습니다.

'아, 저 그늘도 하나의 생태계였구나'

이끼를 옮길 곳을 찾으며 문득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영농형 태양광 사업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영농형 태양광을 이야기할 때 원래 수확량의 80% 식량을 생산하는지를 따집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어쩌면 그 아래 생기는 '그늘'인지도 모릅니다.

많은 사람들은 영농형 태양광 아래에서 버섯을 키운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꼭 작물이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인삼도 있고, 명이나물도 있고, 관엽식물도 있고, 이끼도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조금 이상한 일입니다.

농지가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무엇인가 식량을 생산하라고 요구합니다.

하지만 인구는 줄고 있고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농산물 소비량은 감소하고 있습니다.

농업기술은 발전하고 시장은 세계와 연결되면서 공급량은 많아지고 있습니다.

대형마트의 과일 절반은 수입과일 아닌가요?

많은 농가들은 열심히 생산해도 생산비를 건지기 어려운 현실 속에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같은 질문만 하고 있습니다.

"그 땅에서 무엇을 생산했는가?"

어쩌면 이제는 다른 질문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 땅이 어떤 가치를 만들어 냈는가?"

만약 영농형 태양광 아래에서 자란 이끼가 도시의 회색빛 벽면을 덮고,
그곳에서 자란 식물이 삭막한 공간에 작은 쉼표가 되고,
그 아래 만들어진 체험장이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잠시 쉬게 해 준다면 어떨까요.

그것도 농업이 만들어 낸 가치 아닐까요?

향나무 그늘이 사라진 마당에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농업은 햇빛을 더 많이 받는 기술만이 아니라, 때로는 필요한 곳에 그늘을 만드는 기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늘 아래에서 자란 이끼 한 장이 도시를 조금 더 푸르게 만들고,

그늘 아래에서 자란 식물 한 포기가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하고,

그늘 아래에서 만들어진 공간 하나가 사람들의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든다면,

그것 또한 농업이 만들어 낸 소중한 가치일 것입니다.

사라진 향나무 그늘이 제게 남긴 것은 아쉬움만이 아니라, 그늘도 생산물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질문이었습니다.

산골 구옥에서 겨울을 나려면 늦어도 한여름이 시작되기 전에는 장작을 넉넉히 들여놓아야 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아직 장작을 마련하지 못해 마음 한구석이 살짝 바쁩니다.아직 본격적인 여름도 오지 않았는데 벌써 한겨울 장...
30/05/2026

산골 구옥에서 겨울을 나려면 늦어도 한여름이 시작되기 전에는 장작을 넉넉히 들여놓아야 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아직 장작을 마련하지 못해 마음 한구석이 살짝 바쁩니다.

아직 본격적인 여름도 오지 않았는데 벌써 한겨울 장작 걱정이냐고 웃으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자연의 시간에 기대어 사는 산골의 삶은 도시와 그 흐름이 조금 다릅니다.

장작불의 세계에는 엄격한 이치가 있다는 것을 겨울을 서너번 지내고 나서 알았습니다.

덜 마른 젖은 장작은 불을 붙여도 실내를 제대로 데우지 못합니다.

물론 덜 마른 장작이 뭉근하게 더 오래 타기는 합니다.

하지만 오래 탄다고 해서 방이 따뜻해지는 것은 아니더라구요.

제 몸에 남은 수분을 말리는 데 스스로의 에너지를 다 써버려, 정작 밖으로 내뿜을 온기가 턱없이 부족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한겨울 맹추위 속 장작불의 따스함은 단순한 나무의 연소가 아닙니다.

그것은 한 여름 뙤약볕 아래서 나무가 묵묵히 머금고 저장해 두었던 '여름의 태양'이 비로소 풀려나오는 과정입니다.

장작 하나마다 한여름의 태양빛이 들어 있습니다.

이렇듯 자연의 에너지는 돈으로 즉각 사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뜨거운 햇빛과 스쳐 가는 바람, 그리고 처마 밑에 장작을 쌓아 올리는 땀방울이 느리고 긴 시간 동안 함께 빚어낸 합작품인 것이지요.

장작을 쌓아두어야 할 텅 빈 처마 밑을 바라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사람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겠구나 하고 말입니다.

스스로의 결핍이나 상처라는 '수분'을 온전히 말려내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오랜 시간 고통을 묵묵히 견뎌내며 치열하게 삶을 버틴다 한들 타인에게 온기를 나누어 줄 여력이 없습니다.

그저 맹목적으로 견디며 길게 이어가는 삶과, 주변을 따뜻하게 덥히며 자신의 진정한 쓰임을 다하는 삶은 이런식으로 다른 것 같습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저부터 내면을 더욱 단단하게 건조시켜야겠습니다.

그저 오래 타들어 가는 젖은 장작이 아니라, 세상의 한 켠이나마 덥힐 수 있는 바짝 마른 장작이 되기 위해서요.

더 늦기전에 장작을 들여와야 겠습니다.

겨울의 온기를 여름부터 준비해야 하듯,

사람의 온기 역시 더 늦기 전에,

삶의 끊어진 선로 앞에 다다르기 전에 미리 준비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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