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9/2026
말씀을 믿지 않는 자는, 말씀을 관리하고 통제하려 든다.
예레미야 20장은 결국 입을 닫고 싶은 예언자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때마다 돌아온 것은 박수보다 조롱이었고, 위로보다 매질이었습니다. 심지어 가까운 사람들까지 그가 넘어지기를 기다렸습니다(10절). 그래서 그는 마음먹습니다. “다시는 그를 선포하지 아니하며 그의 이름으로 말하지 아니하리라”(9절). 말씀을 내려놓으면 조금은 편해질 줄 알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입은 다물 수 있어도, 뼛속의 불은 끌 수가 없었습니다. “나의 마음이 불붙는 것 같아서 골수에 사무치니 답답하여 견딜 수 없나이다”(9절). 예레미야는 그제야 알았을 것입니다. 자신이 말씀을 붙들고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라, 말씀이 자신을 붙들고 여기까지 데려왔다는 것을. 말씀은 필요할 때 꺼내 드는 등불만이 아니라, 때로는 내려놓고 싶어도 내려놓을 수 없는 불이 됩니다.
그러나 이 장의 가장 깊은 곳은 그 다음입니다. 예레미야는 “여호와께 노래하라”(13절)고 외친 바로 뒤에서 다시 깊은 탄식 속으로 떨어집니다(14절 이하). 방금 전까지 하나님이 자신과 함께하신다고 고백했는데, 곧이어 자신의 삶 전체가 너무 무겁다고 토로합니다. 이것은 믿음이 사라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믿음의 고백이 상처의 깊이를 단숨에 지워 주지는 못한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우리 마음에 그런 때가 있습니다. 입술은 하나님을 믿는다고 고백하는데, 마음 한구석에는 아직 풀리지 않은 서러움이 남아 있습니다. 눈물로 찬송을 부르고, 기도를 마친 뒤에도 가슴이 다시 무너지는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방금 드린 찬송이 거짓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예레미야는 믿었고, 동시에 아팠습니다. 하나님을 신뢰하면서도 하나님께 자신의 고통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성숙한 믿음은 슬픔을 없애는 능력이 아니라, 슬픔까지 하나님 앞에 데려가는 용기인지 모릅니다. 예레미야는 무너졌지만 하나님과의 대화를 끊지 않았습니다. 원망도, 두려움도, 믿음도 모두 하나님께 가져갔습니다.
주님! 말씀을 놓아 버리고 싶은 날에도 이미 내 안에 심어 두신 말씀으로 나를 붙들어 주소서. 찬송 뒤에 다시 눈물이 찾아와도 낙심하지 않게 하시고, 울면서도 끝내 주님께 말하기를 멈추지 않게 하소서.
예레미야 20장 묵상: 하나님 말씀을 믿지 않는 자는, 말씀을 관리하고 통제하려 든다. 예레미야 20장은 결국 입을 닫고 싶은 예언자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때마다 돌아온 것은 박수보다 조롱이었고, 위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