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1/2026
제주에 호꼼슬로라는 # 작은 한옥 도서관이 있습니다.
제주어로 호꼼은 ‘조금’,
영어로 slow는 ‘느리게’.
그래서 호꼼슬로는
조금 느리게 가도 괜찮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나는 늘 너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보며,
또 친구보다 더 빠르게 성장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있는 아이들과 경쟁으로 고립되어 있는 제주아이들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조금 더디게 가도 괜찮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게 7년 전, 소꿉장난처럼
아주 소박하게 한옥 도서관을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아무 목적 없이도 머물 수 있는 공간이었죠.
아이들이 모이니
자연스럽게 엄마들이 함께 들어왔고,
그 안에서 교육이 시작되었습니다.
지금의 호꼼슬로는
아이들 교육을 넘어
청소년 활동, 그리고 부모 교육까지
사람의 필요에 따라 자연스럽게 스팩트럼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의도한 성장은 아니었지만,
관계가 쌓이면서
공간의 역할도 함께 넓어졌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세상이 너무 빠르게 성장하는 것에
종종 불편함을 느낍니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가야 한다는 기준이 사람과 자연 모두를 조금씩 지치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보며 이런 상상을 자주 했습니다.
시간이 조금만 느리게 흐른다면,
지구도, 나무도, 사람도
덜 아프지 않을까.
호꼼슬로는
그 질문에서 출발한 공간입니다.
덜 성장해도 괜찮은 곳,
속도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곳.
앞으로 호꼼슬로는
제주 한옥 도서관의 정체성을 지키며
워케이션 형태의 쉼과 런케이션의 사유의 공간으로도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자 합니다.
제주에 머무는 동안
성과를 내기보다
자신의 속도를 회복하고 싶은 분들이
잠시 들러 쉬어갈 수 있는 공간.
스쳐 가는 인연이라도
이곳에서만큼은
조금 느리게 머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호꼼슬로는
빠른 성과를 약속하는 공간은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한 가치는 있습니다.
아이들이 숨 쉴 수 있는 시간,
부모가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
지역 안에서 관계가 회복되는 경험.
더 빠른 미래가 아니라,
덜 아픈 미래를 함께 만드는 일.
오늘도 호꼼슬로는
제주에서
사람의 속도로,
자연의 속도로
조금 느리게 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조금 느리게 가도 괜찮습니다.
그 철학에 공감해 주신다면,
함께해 주셔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