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3/2024
파리 에펠탑, 영국 버킹엄셔의 비건 스콧, 함부르크의 미니아투르 분더란트, 이집트 샤브티, 벼룩서커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감이 잘 안 오신다면 힌트 하나 더. 양주병, 키링, 지구본, 인형의 집, 건축 모형, 기차 또는 자동차 모형, 책 ---- 누구나 집에 하나쯤 가지고 있을 법한 물건들이죠. 여기도 앞의 예시와 같은 공통점이 있는데 이쯤에서 혹시 눈치 채셨나요?
정답은 '미니어처'입니다.
뜬금없어 보이지만 '미니어처'를 다시 보게 된 건 정기구독 독자 중에 한 어린이에게 보낼 책을 찾던 중 발견한 책 『초밥이 옷을 사러 갔어요』 덕분이다. 아울러 책의 저자인 타나카 타츠야를 알게 된 건 2주 전 주말, 부산행 열차를 타고 가던 중 캘린더를 검색하다 우연히 마주한 그의 작품이 눈길을 끌었고, 생활 속 다양한 소재를 매일 하나씩 올린 작가의 끈기에 감탄을 금치못하고 들여다 보며 궁금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작가에 대해 알아보니 2011년부터 생활 주변의 친근한 소재를 발굴해 매일 하나 씩 작품을 만들어 자신의 인스타그램()과 홈페이지(https://miniature-calendar.com)에 ‘미니어처 캘린더(MIniature Calendar)’라는 제목으로 게시해 왔다. 저자의 인스타그램은 팔로워가 370만이 넘는다. 잠깐 들여다본다는 게 그만 매료되어 작품 하나하나를 살피며 혼자 미소 짓기도 하고 기발한 아이디어에 무릎을 치며 부산에 도착할 때까지 들여다봤다. 앞서 작가를 알게 된 그림책 『초밥이 옷을 사러 갔어요』와 은 작가의 미니어처 작품을 사진으로 구성한 독특한 그림책으로 2022년 일본의 잡지 의 그림책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작가 타나카 타츠야는 이 그림책과 함께 『작고 작고 큰』이라는 또 한 권의 그림책을 펴냈으며 두 권의 그림책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그림책 작가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miniature-calendar.com
그러던 중 알게 된 사실은 그의 작품이 현재 서울 여의도 IFC 몰 MPX갤러리에서 전시회를 하고 있다는 것. 전시는 3월 2일에 오픈해 오는 6월 10일까지 진행되며,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52점의 오리지널 미니어처를 포함한 약 200여점의 사진과 오브제 등을 선보인다. 전시회의 메인 타이틀은 '미니어처 라이프- 미타테 마인드(Miniature Life-Mitate Mind)'로 'HOME', 'FORM', 'COLOR', 'MOTION', 'LIFE', 'WORLD' 등 7개의 테마로 구성해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미타테 마인드는 일본어로 '보다'와 '짓다', '세우다'의 합성어인데 '익숙한 사물을 새롭게 다시 보는 마음'을 뜻하는 일본 고유의 미학적 개념이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작품은 우리에게 아주 친밀한 생활 속 주제를 익숙한 소재를 사용해 표현하고, 기발하면서도 위트가 넘친다.
[타나카 타츠야 작품 전시회]
o. 전시명 : 미니어처라이프 -미타테 마인드
o.장소 : 서울 여의도 IFC몰 MPX갤러리
o.전시 일정 : 2024. 3. 2~6.10
o. 관람료 : 성인 1만8천 원 /청소년 1만 원
o.티켓 예매 :
-피버 (https://feverup.com/m/151942)
-전시회 공식 홈페이지 : https://miniaturelife-mitatemind.com/seoul/
타나카 타츠야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된 미니어처의 세계를 조금 더 알아볼 수 있는 책이 한 권 있다. 책방에 여행 코너에 둔 책인데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한 채로 책방에 오래 머물러 있는 『작은 세계 미니어처』(사이먼 가필드 지음 /안그라픽스)가 바로 그것. 이 책의 부제는 '축소된 세계가 어떻게 우리 삶을 비추는가'인데, 미니어처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특정한 물건이나 공간을 작게 축소해 만들어 놓은 모형이지만 미니어처를 통해 우리는 세계를 보는 방식의 일대 전환을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크기와 규모와는 별개로 미니어처는 우리가 세계에 대해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을 돌아 보면, 남자 아이들은 비행기, 탱크, 우주선 등 장남감을 가지고 놀며 가상의 셰계에서 지배자 정복자의 경험을 하며, 여자 아이들은 인형의 집이나 부엌 조리도구, 병원놀이 세트 등을 가지고 놀며 공주가 되거나 요리사, 의사 도는 간호사가 되는 꿈을 펼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는 장난감 놀이를 하며 우리는 스스로 현실 세계 너머의 실현 불가능한 능력을 경험하고 스스로 세계를 통제하고 장악하는 체험을 한다.
미니어처의 세계는 우리에게 모든 것을 차단한 채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현실 세계와는 다른 '작은 우주를 창조'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처럼 축소된 세계를 통해 우리는 예측 불가 한 현실에 통제와 질서를 부여함으로써 자존감을 회복하고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미니어처의 세계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어른의 힘을 부여하며 세계를 지배하는 경험을 하게 한다.
미니어처를 통해 건축 모형이나 박물관의 축소 모형, 과학관의 우주 여행 조형물 등은 우리에게 영감을 얻거나 새로운 비전을 설계하는 바탕이 되기도 하며, 더 큰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축소 모형이 박물관과 건축의 일부가 된 지는 200년이 흘렀다. 클로드 레비스트로는 '축소 모형'은 '우리가 대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바꾸어 놓는다'며 축소 모형을 통해 우리는 '전체를 통채로 놓고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바다 밑으로 내려 앉은 전설의 도시를 보는 거 같다"
에펠탑 건설 당시 노동자가 탑 위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면 한 말이다. 에펠탑이 완성되고 관람객들이 몰려들면서 파리 시민들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세게를 경험하며 새로운 시선을 갖게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한 경험은 "커 보이던게 모두 사라졌다'는 관람객의 말에 함축적으로 담겨있다.
『작은 세계 미니어처』는 '파리 에펠탑'을 미니어처의 세계를 경험하는 시작점으로 한다. 에펠탑은 파리는 물론 유럽 사람들에게 '주변의 세계를 축소해서 보는 경험'을 하게 했다. 사물을 축소해서 봄으로써 전체적인 시각을 가질 있게 되었고, 사물의 본질을 한 눈에 조망해 볼 수 있는 시각적인 경험을 하게 되었다.
"작은 것이 큰 것에 대한 유추를 제공해 지식의 궤적을 보여 줄 수 있다."는 고대 철학자 루크레티우스의 말처럼 에펠탑이 세상을 보는 관점을 바꾸는 데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경험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마음은 "에펠탑 미니어처"로 연결되어 관광 상품으로 발전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분 중에 프랑스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키링을 포함한 다양한 에펠탑 미니어처 중 하나를 손에 들고 돌아왔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책에서는 미니어처의 세게를 다양하게 소개 한다. 그 중 대표적인 미니어처 월드로 소개한 곳은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철도 중심의 모형 도시 미니아투어 분더란트(Miniatur Wunderland)로 영어로는 미니어처 원더랜드이다. 2001년 설립한 이 곳은 16,000평방미터 규모의 공간에 세계 각국의 도시와 철도를 축소 재현해 놓은 모빌리티 테마파크다.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국가와 도시는 물론 미래 도시까지를 구현한 이곳은 지금도 계속 건설 중이다.
https://www.miniatur-wunderland.com/
이밖에도 영국의 버킹엄 셔에 있는 가장 오래된 모형마을 , 메리 여왕의 , 미국 미주리 주 스프링 필드에 잇는 , 인간형상의 인형 미니어처로 유명한 이집트의 , 예루살렘의 성전 미니어처 등 다양한 미니어처 공간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이 담겼다.
뿐만아니라 일본 돗판 출판사가 제작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책 『사계의 화초』(0.7*0.7mm)을 비롯해 뉴욕 박람회에 출품한 미니어처 성경(4*4mm), 중국의 미니어처 북인 『음종 팔선가』 미니어처 출판물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인류의 출현 이래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미니어처는 작은 것들의 세계를 통해 발견한 인간의 본성과 축소된 세계를 통해 깨달은 인간 세계의 본질을 탐색하게 한다. 우리는 축소된 작은 작은 세계를 통해 지금 살아가는 현실의 세계를 한 발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고, 현실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폭넓은 시선으로 셰계를 이해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전시를 하는 타나카 타츠야의 무궁무진한 미니어처의 세계도, 『작은 세계 미니어처』 속에 소개된 다양한 미니어처의 세계도 공통적으로 위를 둘러싼 현실의 세계를 편협한 눈으로 보지 말고 더 넓고 높게 내려다보며 그 안에 담긴 세상의 본질을 살펴보라고 제안한다. 그런 관점과 시선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라고 작고 낮은 목소리로 우리를 일깨운다.
하늘 전체를 둘러보려 하기보다 0.5cm 높이의 것을 구경하면서
우주를 엿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알베르트 자코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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